‘100살 인생’ 라이프플랜이 바뀐다

  • 입력 2004년 2월 23일 18시 22분


지난해 11월 22일 미국인 블레이록 집안의 네 자매가 모였다. 큰언니 오드리는 100세, 샬롯과 플로렌스는 98세와 90세다. 83세인 막내 바버라는 ‘베이비’로 불린다. 지금도 수다를 떠는 이들 자매는 알츠하이머에 걸리지 않았고 자유로이 거동하며 틀니도 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 매거진은 22일 “이런 사례는 조만간 다반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100세 이상 인구는 약 7만명. 2050년까지 이 숫자는 10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유엔의 인구예측에 따르면 1946∼64년생인 미국 베이비붐 세대 중 20분의 1이 100세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이모작, 삼모작=정년을 꽉 채운 후에도 50년을 더 산다면 젊어서 저축한 것만으로는 노후 대비가 힘들어진다. 부모로부터 상속받을 유산이 있다 해도 상속 시기는 점점 늦어진다. 자식도 60대, 70대 ‘노인’으로 함께 늙어가는 마당이니 부양받기를 바라기도 어렵다.

미국의 경우 2030년까지 퇴직자는 지금의 두 배가 되는데 세금을 내는 근로 인구는 18%밖에 늘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이를 메우려면 소득세가 78%나 늘어야 하는데 이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100세 가까이까지 일할 수 있는 직업을 갖거나, 아니면 50대용, 70대용, 80대용으로 각각 제2, 제3의 커리어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미성숙 성인기의 등장=‘청소년’과 ‘성인’, 그 사이에 ‘어린 성인’이라는 새로운 시기가 탄생한다.

시사주간지 US뉴스 앤드 월드리포트는 최근 “결혼이나 직업 등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탐색기를 더 가지려는 경향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대 초반에 인생의 반려자와 직업을 정했던 기성세대와 달리, 이제는 30대 초반까지는 시행착오와 탐색의 시기로 간주하는 경향이 일반화되고 있다는 것.

대학과 대학원의 신입생 연령도 높아지는 추세다. 인생이 길어진 만큼 교육에 들이는 기간을 늘려도 된다는 계산이 작용한 결과다. 이제 30대나 40대, 50대도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가 아니라고 여겨진다.

▽행복한 100세?=최근에는 질병 방어력이 뛰어난 유전자, 육체적인 나이의 진행을 느리게 하는 유전자, 신체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유전자 등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이러한 유전자 활동이 규명되면 100세까지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질병 외에도 100세까지 살려면 극복해야 할 것이 많다. 자신이 짐이 되고 있다는 생각, 외로움, 죽음에 대한 두려움, 치매 등 질병에 대한 공포 등이 수명과 함께 늘어나기 때문이다.

102세인 다이애나는 매일 자정부터 2시간은 걱정으로 잠에 들지 못한다. 그는 “100세는 너무 길고 딱 90세까지만 살면 적당할 것 같다”고 말한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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