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준비 어떻게]<下>‘실제상황’ 대응지침 정교해야

  • 입력 2004년 2월 25일 18시 51분


이라크 추가 파병과 관련해 국방부가 내심 가장 우려하는 것은 파병 예정지인 키르쿠크의 종족 갈등과 이로 인한 테러 가능성이다.

키르쿠크에선 이라크 내 소수 민족(17%)인 쿠르드족이 주민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쿠르드족은 이라크로부터의 독립을 추구하고 있어 이에 반대하는 이라크의 다수종족인 아랍족 등과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국방부가 파병부대인 이라크평화재건사단에 대테러요원들을 포함시킨 것도 종족 갈등으로 촉발된 테러가 만에 하나라도 우리 파병부대로 파급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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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치안 유지를 키르쿠크 현지 군경(軍警)에 맡길 방침이나 급조된 키르쿠크 군경이 종족 분쟁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현실적으론 파병 초기 현지 치안유지 활동의 상당 부분을 우리 장병들이 수행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방부는 치안유지 활동의 구체적 내용과 범위를 밝히지 않았지만 군사전문가들은 테러단체 소탕작전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파병 초기 한국군을 시험해 보고 자신들의 반(反)연합군 활동을 선전하려는 테러단체들이 있을 수 있다”며 “우리 군의 강력한 힘을 보여주려면 테러 공격에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파병부대가 이에 필요한 정보력을 아직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아랍어에 능통한 요원, 아랍권 내부의 첩보원 등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테러단체들의 최신 동향, 테러단체의 키르쿠크 유입 여부, 종족간의 유혈 충돌 가능성 등에 대한 정보는 거의 전적으로 미군에 의지해야 한다.

합동참모본부는 23일 자위권 차원의 교전수칙(구두경고→공중사격→조준사격)을 발표했지만 실제로 종족간의 총격전이 발생할 때 과연 파병부대가 말만으로 사태를 수습할 수 있을지, 또 자위권 차원의 대응 사격이 어떤 파장을 초래할지 등은 예단키 어렵다.

한국국방연구원 김재두 박사는 “군은 파병에서 장병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지만 최악의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며 “파병 문제는 이제 정부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가 머리를 맞대고 꼼꼼히 준비해야 하는 사안이 됐다”고 말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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