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성장=지난해 인도 주식 시장에 외국인이 쏟아 부은 돈은 사상 최대치인 약 70억 달러다. 2002년의 7억3900만 달러의 9배가 넘는다. 인도 경제가 지금 같은 추세로 고성장한다면 주가도 뛸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19일자)에 따르면 지난해 뭄바이 증시의 센섹스 지수는 달러 기준으로 85% 올랐다.
인도중앙은행, 재무부, 기획위원회 등은 2003회계연도(2003년4월~2004년3월) 경제성장률을 7~9%로 전망하고 있다. 메릴린치는 향후 3년간 8%대의 연간 성장률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했다.
▽부족한 투자=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21일자)에서 "이자율이 낮은 편인데도 기업 투자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 기업 협회에 따르면 150여개의 제조업체들이 올해 새로운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중앙은행은 올 회계연도에 자본재 투자가 사실상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국내총생산(GDP)의 52%를 서비스 분야가 차지하고 있는 것이 한 이유. 자본재 투자가 제조업에 비해 크게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제조업은 1990년대 중반의 과잉투자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초 추정치에 따르면 제조업 생산시설의 약 21%가 '놀고' 있다.
외국인들도 주식시장에는 투자하지만 직접 투자는 미미하다. 2002 회계연도 외국인 직접(FDI)투자는 47억 달러로 중국에 유입된 FDI의 10분의 1에 불과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인도의 투자는 GDP의 20% 수준인데 연 8% 경제 성장을 달성하려면 이 정도로는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열악한 인프라=인도의 인프라 상황은 외국인들이 투자를 꺼리는 큰 이유다.
인도 전체 도로 약 330만km 중 고속도로는 20만km 정도다. 국도 중에는 비포장도로가 많다. 교통량은 연간 약 10%씩 늘지만 도로가 확충되는 속도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력 부족량도 약 13%나 된다. 전기 공급이 고르지 못한 것 등 전력의 '질'을 고려하면 부족량은 2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프라를 확충해야 할 정부는 재정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를 포함한 공공 재정 적자는 GDP의 10%에 육박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인프라 확충과 교육, 보건 등에 들어가야 할 돈이 이자 갚는 데 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자를 갚고 공무원 임금, 국방비, 농업 보조금 등에 쓰고 나면 다른 데 투자할 재정 여유가 없다는 것.
▽실업 대란=제조업의 투자가 부진하다 보니 고용 증가도 미미하다. 지난 5년간 인도의 고용증가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아쌈 지방에서는 실업 문제가 유혈 폭동으로 번지기도 했다. 비하르 주 출신 사람들이 대거 아쌈 지방으로 들어와 일자리를 차지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발단. 아쌈 지역 공무원 시험에 비하르 출신 사람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다가 몸싸움을 벌인 것이 수일간 양쪽 지역에서 타지역 출신을 폭행하는 사태로 번졌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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