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度경제 덩치 큰 약골…외자유입 폭증

  • 입력 2004년 2월 26일 18시 58분


인도 경제가 ‘경이로운’ 기록을 연이어 쏟아내고 있다. 높은 성장잠재력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도 주식시장은 외국인 투자로 성시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인프라가 열악하고 제조업 투자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어 자칫 인도 경제는 외화내빈의 실속 없는 성장을 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놀라운 성장=지난해 인도 주식시장에 외국인이 쏟아 부은 돈은 사상 최대인 70억달러에 달했다. 2002년의 7억3900만달러에 비해 9배가 넘는다. 인도 경제가 지금 같은 추세로 고성장을 계속한다면 주가가 뛸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지난 해 뭄바이 증시의 센섹스지수는 달러 기준으로 85%나 올랐다.

인도 정부는 2003회계연도(2003년 4월∼2004년 3월) 경제성장률을 7∼9%로 전망하고 있다. 메릴린치는 향후 3년간 8%대의 연간 성장률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했다.

▽투자는 부진=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21일자)에서 “이자율이 낮은 편인데도 기업투자는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 중앙은행은 올 회계연도에 자본재 투자가 사실상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자본재 투자의 필요성이 제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서비스업이 경제의 주종을 이루고 있는 산업구조 때문. 서비스업은 국내총생산(GDP)의 52%를 차지한다. 더구나 제조업은 1990년대 중반의 과잉투자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 제조업 생산시설의 약 21%가 아직 ‘놀고’ 있다.

제조업 투자가 부진하다 보니 고용 증가도 미미하다. 최근 5년간 인도의 고용증가율은 1%에도 못 미쳤다. 지난해 아삼 지방에서는 실업 문제가 유혈폭동으로 번지기도 했다.

주식시장에는 외국인이 넘치지만 직접투자에 나선 외국자본은 미미하다. 2002회계연도 외국인 직접투자는 47억달러로 중국의 10분의 1에 불과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인도의 투자는 GDP의 20% 수준인데 연 8%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려면 이 정도의 직접투자로는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열악한 인프라=외국인들이 직접투자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인프라 부족. 전체 도로 약 330만km 중 고속도로는 20만km에 불과하다. 국도 중에는 비포장도로가 많다. 교통량은 매년 10%씩 늘지만 도로 확충 속도는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전력 공급도 수요에 크게 모자란다. 전력의 ‘질’까지 고려하면 부족량은 2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프라를 확충해야 할 정부는 재정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포함한 공공재정 적자는 GDP의 10%에 육박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인프라 확충과 교육, 보건 등에 들어가야 할 돈이 이자를 갚는 데 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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