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어 쇼트 전 영국 국제개발장관은 26일 B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유엔에서의 스파이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며 “영국은 (이라크전을 앞두고) 아난 총장에 대해서도 정보수집(도청)을 했다”고 밝혔다.
쇼트 전 장관은 또 “실제로 아난 총장 사무실에서 (도청이) 한동안 이뤄졌다”면서 “나는 아난 총장의 대화녹취록을 본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실 이라크전쟁 전에 아난 총장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때 ‘이 대화도 녹취돼 누군가가 볼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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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 전 장관은 토니 블레어 내각의 최장수 장관 중 1명이었으나 지난해 5월 이라크전에 반대하며 사임했다.
쇼트 전 장관은 이날 방송에서 ‘캐서린 건 사건’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영국 통신감청 정보기관인 정보통신본부(GCHQ) 소속 통역 및 번역 요원이었던 건씨는 25일 영국 검찰이 국가기밀누설 혐의에 대한 재판을 포기하면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건씨는 지난해 3월 영국 일간 가디언에 “이라크전 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미국 국가안보회의(NSA)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 외교관들을 상대로 불법 도청 등 ‘더러운 술책(dirty tricks)’을 계획했을 뿐 아니라 영국 정보기관에 협조 요청까지 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건씨는 NSA가 영국 정보기관 간부 앞으로 보낸 ‘비밀 메모’를 폭로했는데 이 비밀 메모는 NSA가 앙골라 등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6개국 외교관들에 대해 영국이 뒷조사를 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한편 스파이 활동 여부에 대해 블레어 총리는 “위법적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점 외에는 정보기관의 활동에 대해서 일절 말할 수 없다”면서 “쇼트 전 장관의 발언은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런던=외신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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