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이 집도 지어준다고?" 지나친 기대 우려

  • 입력 2004년 3월 2일 16시 58분


이라크 평화재건 임무를 부여받은 자이툰 부대의 4월말 키르쿠크 파병을 앞두고 현지의 지나친 기대감이 나오고 있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파병에 따른 국내외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전후 재건'에 초점을 맞춰 홍보한 것이 오히려 현지의 과도한 기대감을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월 사마와 지역에 도착한 일본 자위대가 일자리를 줄 것으로 기대했던 현지 주민들의 기대감이 분노로 돌변해 테러위협까지 이어진 경험은 한국군 파병에 시사점을 주고 있다.

▽한국군은 건설 부대?=키르쿠크 주민들은 한국군이 아스팔트도 깔아주고 전력도 공급하고, 집도 지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압둘 라흐만 무스트파 키르쿠크 주지사는 지난달 파병부대 창설식 참석차 한국을 방문해 "도로 전기 배수시설 및 물 공급이 필요하다"며 "기반시설 확충에 한국군이 전력을 기울여 달라"고 요청했었다. 한국에선 이에 대해 아무도 토를 달지 않고 맞장구를 쳤다.

키르쿠크 주정부 관계자는 "한국 대통령이 우리 지사를 만나 한국군의 재건임무를 강조한만큼 당연히 한국군이 건설을 위해 이곳에 온다는 인식이 퍼져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광활한 키르쿠크의 기간시설을 한국군이 건설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 이곳은 쿠르드족과 투르크멘족에 대한 사담 후세인 정권의 배제정책으로 극히 낙후되어있는 상태다. 그런데도 한국군이 이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것으로 착각하는 주민들이 많다.

한 이라크 주민은 "시속 100㎞로 1시간을 달려도 벗어날 수 없는 광활한 키르쿠크 지역에서 한국군 3000명이 한정된 시간 안에 얼마나 재건작업을 할 수 있겠냐"며 "선전(宣傳)에 대한 대가를 치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파병준비와 주민 기대의 차이=한국군이 주둔할 하위자의 새브한 칼라프 알리 알-주부리 시장은 한국군의 치안안정 능력 보다는 장비와 돈에 관심을 나타냈다. 그러나 파병 예산과 기간은 이같은 현지의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국방부가 지난해말 국회에 보고한 올해말까지의 추가파병 예산안은 총 2296억원. 이 가운데 월급 등 경상운영비가 1484억원으로 전체예산의 절반을 넘는다. 장비구입비를 비롯한 전력투자비가 812억원이다. 국방부가 지난달 25일 파병예산으로 기획예산처에 추가로 요청한 574억원은 안전보장을 위해 사용한다는 조건이 붙어있다. 도로를 포장하는 등 기간시설 복구비는 한 푼도 없는 셈이다.

현지 소식통은 "한국정부가 홍보한대로 재건을 통해 현지주민을 만족시키려면 저항공격에 대비한 무기보다 건설 중장비와 현금을 더 많이 가져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병준비 충분한가?=한 소식통은 "파병이 이뤄진뒤 한국이 허풍만 떨었다는 인식이 퍼지면 우호적인 여론이 적대적으로 돌아설 수도 있다"며 "이는 우리 장병의 안전을 위협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파병준비가 충분히 이뤄졌는 지도 의문이다. 영관급 연락장교 1명이 현지 미군기지에 파견된 것 외에 이렇다할 사전준비가 보이지 않기 때문. 군당국은 파병예정지 주민들이 파병부대에 어떤 활동을 기대하는지, 저항세력 활동과 관계된 마을의 종족구성은 어떤지 등 기초정보 수집을 위한 현장조사도 하지 않았다.

현지 소식통은 "일본은 자위대 병력 1000명을 파견하면서 민관군이 진행할 종합계획을 마련했다"고 비교하면서 한국정부의 졸속 파병준비를 질타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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