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경제가 평균 5% 성장하며 20년 만에 최대 호황을 누릴 것이라는 미국 경제조사기관 콘퍼런스보드의 예측이 빗나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치솟는 원자재 가격=1일 현재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가격은 36.86달러. 지난해 평균(31.06달러)보다 5달러 이상 높다. 지난달 25일 37.44달러로 최고치를 보인 이후 보합세.
지난해 10월 t당 300달러를 밑돌던 핫코일(철강의 원재료) 가격은 이달 초 420달러를 돌파했다.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은 “400달러 초반 가격으로는 한국에 팔 수 없다”며 수출 중단을 발표하기도 했다.
대두(大豆) 옥수수 등 곡물 가격은 지난해 초보다 두 배가량 올랐다. 지난해 곡물 작황이 나빠 앞으로도 상당기간 가격은 더 오를 전망.
LG경제연구원 이지평 연구위원은 “미국의 경기회복과 중국의 고속 성장으로 원자재 수요가 많다보니 지난해 말부터 국제 원자재 값이 크게 오르고 있다”며 “금이나 원유에는 투기자금까지 유입돼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입국 물가상승=한국뿐 아니라 원자재를 해외에서 수입해다 쓰는 나라들은 물가가 뛰고 있다.
일본은 H형강, 코크스 등 주요 철강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라 업계 전체로 연간 5000억∼6000억엔(약 5조∼6조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 아파트 등 철강 사용 제품의 가격이 연이어 오르고 있다.
중국에서 거래되는 콘크리트 가격도 m3당 50∼80위안(약 7400∼1만1000원)씩 올라 건축비용이 m2 기준 1만5000원 이상 뛰었다.
▽일거양득 원자재 수출국=지난해 초 1호주달러의 원화 환율은 695원 정도. 1년이 지난 지난달 27일 1호주달러는 909원으로 29%나 올랐다(원화가치 하락). 원유, 석탄, 철광석, 금, 알루미늄 등 호주가 수출하는 5대 원자재 값이 크게 오른 때문이다.
농산물을 수출하는 뉴질랜드도 마찬가지. 지난해 초 644원이었던 뉴질랜드달러의 환율은 19일 810원으로 올랐다.
호주 뉴질랜드뿐 아니라 캐나다 러시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원자재나 농산물을 수출하는 나라의 통화는 지난해보다 평균 15% 이상 올랐다.
▽거세지는 인플레이션 압력=미국 컨설팅업체 ‘글로벌인사이트’는 최근 올해 세계경제는 ‘고(高)유가, 원자재 값 상승, 미국 달러 약세’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다고 발표했다.
일본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2월 10일자)도 ‘인플레가 온다’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통해 “선진국 경제는 상호 연관성이 높기 때문에 올해 인플레이션은 전 세계로 파급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 UBS증권 시라카와 히로미치(白川浩道) 수석연구원은 “디플레이션에 허덕이는 일본조차도 최근 부동산투자신탁에 자금이 몰리고 철강제품 가격이 뛰면서 인플레이션 조짐이 보인다”며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제시했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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