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의 정정 불안이 아이티를 넘어 베네수엘라로 향하고 있다. 아이티가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 대통령의 망명 이후 점차 ‘무정부 상태’에서 벗어나고 있는 반면 인접한 베네수엘라에서는 우고 차베스 대통령(사진)의 소환투표 문제로 연일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폭동 조짐 보이는 베네수엘라=1일까지 수도 카라카스를 중심으로 나흘째 폭력시위가 계속됐다.
반정부 시위대는 차베스 대통령의 소환투표를 요구하며 경찰 진압대와 맞서고 있다. 1일 시위 도중 진압대에 맞아 1명이 숨진 것을 비롯해 지난달 27일부터 벌어진 이번 시위에서 최소 3명이 사망하고 100여명이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정부 시위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차베스 대통령의 소환투표를 거부할지 모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더욱 격화됐다. 선관위는 이날 소환투표 실시 여부에 관한 결정을 다시 2일로 연기했다. 선관위는 당초 지난달 29일 소환투표 실시 여부를 발표할 것이라고 했으나 시위가 격화되자 발표를 한 차례 연기했었다. 야권은 지난해 12월 340만명의 서명을 받아 소환투표 청원서를 제출했었다. 그러나 선관위는 이 중 40만건에 대해 서명 무효를 선언하고 70만건에 대해서는 본인 확인 후 서명의 진위를 인정하겠다며 결정을 미루고 있다. 소환 투표에 필요한 서명은 최소 240만명이다. 서명한 시민들이 즉각 본인 확인을 하지 않을 경우 소환투표 청원은 무효가 된다.
차베스 대통령측은 반정부 시위에 맞서 지난달 29일 전국에서 10만명 이상을 동원해 친(親) 차베스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안정 찾아가는 아이티=아이티의 무장 반군은 1일 별다른 어려움 없이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진입했다. 기 필립 전 카프아이시앵 경찰서장이 이끄는 70여명의 반군이 포르토프랭스로 진입하자 수천명의 시민이 열렬히 환영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필립 전 서장은 “헌법상 승계권자인 보니파스 알렉산드르 대법원장을 새 대통령으로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르토프랭스는 반군이 진입하기 하루 전까지도 아리스티드 지지자들이 대통령궁 광장에서 총기를 난사할 정도로 불안했으나 이날까지 모두 해산해 반군과의 충돌은 없었다. 전날 선발대로 도착한 미국 해병대 150여명은 공항 근처에서 머물렀으며 프랑스군 선발대 80여명도 자국 공관을 지키는 데 주력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1500∼2000명의 병력을 더 파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