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잇단 중국견제…외교마찰 조심

  • 입력 2004년 3월 7일 19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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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급성장하며 국제무대 발언권을 높이는 중국을 잇달아 견제하고 나섰다. 중국에 대한 엔화 차관을 삭감하고 중국인 유학생의 입국자격 심사를 대폭 강화했다. 중국은 유학생 관련 조치에 대해 ‘형평에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있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에 이어 외교 현안으로 떠오를 조짐이다.》

▽엔화차관, 중국 줄이고 인도 늘려=일본 정부는 개발도상국에 장기 저리로 융자하는 엔화 차관의 대(對)중국 제공액을 20%가량 줄일 방침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7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2003년분 엔화 차관 중 중국 몫으로 1000억엔을 배정해 전년도보다 200억엔 이상 줄이기로 했다. 2000년(2143억엔)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3년 연속 감소세다. 그 대신 인도에는 전년(1112억엔)보다 다소 늘리는 방향으로 조정 중이다.

이에 따라 1999년 이후 4년 연속 엔화 차관의 최대 수혜국 자리를 지켜 온 중국이 2위로 물러나고 그 자리를 인도가 차지할 것이 확실시된다.

요미우리신문은 인도의 정보기술(IT)산업이 빠르게 발전해 자금수요가 늘어난 점을 감안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에 대한 차관 삭감이 일본 내에 번지고 있는 ‘중국위협론’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일본의 일부 정치인들은 중국이 지난해 10월 유인우주선 발사에 성공하자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나라를 개발도상국으로 간주해 자금을 대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면서 차관중단을 요구해왔다.

▽중국인유학생 비자발급 강화=일본 정부는 불법체류와 범죄악용을 막는다는 이유로 올 들어 외국인 유학생의 취학비자 발급에 필요한 ‘재류자격 인정증명서’의 심사를 까다롭게 하고 있다. 도쿄입국관리국의 경우 4월 신학기용 비자 발급률은 45%로 작년 같은 기간(72%)보다 크게 줄었다.

일본의 외국인 유학생 중 70% 이상이 중국인이어서 이번 조치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해석. 일본 법무성은 지난해 11월 ‘불법 잔류자를 많이 발생시키는 국가’로 중국 몽골 미얀마 방글라데시 등 4개국을 지목하면서 심사강화 방침을 밝혔다. 이들 국가의 유학생에 대해서는 과거 예금 잔액을 증명할 서류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이 중국인 유학생에 대한 심사를 엄격히 하는 것은 중국인이 연루된 강력범죄가 많이 일어났기 때문이지만 중국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일 중국대사관은 “중국이 작년부터 일본인에게 비자면제 정책을 시행하는 것과 정반대의 조치를 펴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중일간에 마찰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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