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 축구공을]이상훈 “장병 보호하는 ‘방탄공’ 될것”

  • 입력 2004년 3월 9일 18시 44분


“현역 후배들이 먼 나라로 파병되는데 예비역 선배들이 가만히 있을 수 있습니까?”

재향군인회 이상훈(李相薰·전 국방부 장관·육사 11기·사진) 회장은 9일 동아일보의 ‘이라크에 희망의 축구공 보내기 운동’에 적극적인 동참을 선언하고 성금 500만원을 기탁했다.

아울러 재향군인회는 전날 국장급 간부회의를 열어 전국 4000여개 지부, 650만명의 회원들에게 축구공 보내기 운동에 참여해줄 것을 호소키로 결정했다. 조만간 지부별로 모금활동도 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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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향군인회가 축구공 보내기 운동에 적극 동참키로 한 것은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년의 차이가 나는 후배 장병들이지만 국가를 위한 그들의 열정과 책임감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이라크 청소년들은 우리 장병들이 전달하는 축구공을 차며 희망을 키울 것이고 이라크 국민은 그런 자녀들을 보며 한국을 진정한 우방으로 여기게 될 것”이라며 “결국 축구공이 테러공격으로부터 우리 장병들을 보호하는 ‘방탄공’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동아일보의 축구공 나눠주기 등에 의한 민사(民事) 작전이 파병의 성패를 좌우할 것임을 제대로 이해했다”면서 동아일보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대대장 시절 베트남전에 파병됐던 그는 “마오쩌둥(毛澤東)은 ‘민심을 얻지 못한 군대는 물을 떠난 물고기와 같다’고 말했다”며 “우리 군은 베트남에서도 현지 주민들을 위해 마을 청소, 이발, 의약품 보급 등 뛰어난 민사 활동을 펼쳤다”고 회고했다.

이 회장은 특히 이번 이라크 파병에 대해 “3600여명의 파병 장병과 그 가족, 친척, 친구, 지인 등을 고려할 때 거의 전 국민이 연관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1976년 32사단장 시절 이번 이라크 파병부대장으로 임명된 황의돈(黃義敦·육사 31기) 소장을 부관(당시 대위)으로 뒀던 인연을 갖고 있다. 그 후 이 회장과 황 소장은 합동참모본부, 한미연합사령부로 자리를 옮기면서 계속 상관과 부하의 인연을 이어 갔다.

한편 이 회장은 9일 저녁 청와대에서 열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의 만찬에서 재향군인회가 동아일보의 축구공 보내기 운동에 적극 동참키로 한 사실을 노 대통령에게 전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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