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한 정치적 입김=알시스타니는 전 세계적으로 5명에 불과한 시아파 최고 성직자 ‘그랜드 아야톨라’ 중 1명. 사담 후세인 정권 시절 가택연금을 당해 은둔생활을 하면서 정치와는 거리를 두었으나 후세인 몰락 이후 전면에 나서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임시헌법 서명 과정에서 나타난 그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5일 예정된 임시헌법 서명식은 그의 반대로 무산됐다가 8일 그의 양해에 따라 서명이 성사됐을 정도.
6월 30일 미국의 주권이양 때까지 이라크를 이끌 최고 권력기구인 과도통치위원회(IGC) 25명 위원 중 13명이 시아파라는 점도 알시스타니의 정치적 기반이다. IGC 의장 모하마드 바르 알울룸(80), 이라크국민회의(INC)를 이끄는 아마드 찰라비(58) 등은 알시스타니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다. 이라크 국민의 60%가량을 차지하는 시아파의 최고 성직자로서 향후 정국은 그의 손에 좌우될 공산이 크다.
특히 알시스타니는 임시헌법 서명 몇 시간 후 “이라크의 미래는 이라크인이 직접 선출하는 의회에 맡겨져야 하며 그 의회가 승인할 때까지 어떠한 법도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없다”며 임시헌법의 효력에 문제를 제기해 미국측을 당혹케 했다.
▽소수파 지도자들=전체 인구의 15%를 차지하면서 IGC 위원 5명을 확보한 쿠르드족은 쿠르디스탄 북서부를 통치하는 쿠르드민주당(KDP) 당수 마수드 바르자니(56)와 쿠르디스탄 남동쪽을 장악한 쿠르드애국연합(PUK)의 잘랄 탈라바니(70)를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임시헌법에 ‘소수민족에 의한 헌법거부권’ 조항을 삽입토록 하는 등 빠르게 입지를 확장하고 있다.
제3당인 이슬람통합당(IUP)의 지도자 살라헤딘 바하에드딘(53)도 쿠르드 지도자 중 1명. 의사 출신으로 KDP에서 요직을 두루 거쳤던 마흐무드 오스만(60)도 주목할 만하다.
수니파는 인구의 25%를 차지하고 있지만 후세인 정권 몰락 이후 힘을 잃어 IGC 위원을 5명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외무장관 출신으로 이라크민주독립(IID)을 이끄는 아드난 파차치(81), 법률가 출신으로 이라크민주경향(IDC)의 지도자 나시르 알차데르치(70), 이슬람당(IP)의 사무총장을 지낸 모흐센 압둘 하미드 등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환영과 우려=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은 이라크 임시헌법 서명을 일제히 환영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임시헌법의 채택은 독재와 폭력에서 자유와 평화로 가는 역사적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쿠르드족의 독립을 반대하는 터키는 “임시헌법은 이라크의 영구적인 평화정착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이라크의 불안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임시헌법을 주의 깊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을 뿐 임시헌법 서명에 대한 언급은 유보했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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