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악재에 증시 뒷걸음… “주가조정 길어질까” 우려

  • 입력 2004년 3월 10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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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이 ‘미국 증시 급락과 대통령 탄핵 정국’ 한파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 증시가 나스닥을 중심으로 조정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야당의 탄핵 소추안 발의가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킨 것.

정치권에 둔감한 성향을 보여 온 외국인들도 10일 증시에서 많은 규모는 아니지만 이틀째 순매도를 지속하면서 주가 하락폭을 키웠다.

증시전문가들은 “11일 선물 옵션 만기일을 앞두고 대규모 매물이 나오면 주가는 더 떨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을 제외하고는 주식을 사줄 만한 매수세가 없기 때문이다.

▽나스닥지수 하락의 여파가 컸다=9일 미국 증시는 다우존스 나스닥 S&P500 등 3대 지수가 모두 하락했다. 특히 나스닥지수는 지난해 12월 26일 이후 처음으로 2,000선 밑으로 떨어져 심리적인 충격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 등 기술주의 1·4분기(1∼3월) 실적전망이 나쁘게 나오면서 경기 상승세가 한풀 꺾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 여파로 외국인들은 9, 10일 이틀 동안 국내 증시에서 1200억원가량의 주식을 팔았다. 증시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외국인들이 ‘팔자’로 돌아선 것이 아니라 ‘매수세 약화’ 또는 ‘관망세’로 해석하는 게 타당하다”고 말한다. 11일 선물 옵션 만기일을 앞두고 대규모 프로그램 매도물량(15개 종목 안팎을 컴퓨터로 일괄 매매하는 방식)이 나올 것에 대비해 미리 주식을 판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10일 증시에선 1900억원가량의 프로그램 매도물량이 대거 나왔다.

모건스탠리 양호철 대표는 “주가 상승세를 이끌어 온 정보기술(IT)주의 실적 둔화와 중국경기의 과열 우려가 겹치면서 세계 증시가 동반 조정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정국불안도 길어지면 악재=과거 증시에서 ‘정치적인 문제’는 일회성 악재에 그쳤다. 외국인들도 정국 불안에는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여 왔다.

CSFB증권은 10일 보고서에서 “야당의 대통령 탄핵안 발의가 4월 총선에 앞서 정치적 긴장감을 높일 수는 있겠지만 탄핵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며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했다.

모건스탠리 양 대표도 “탄핵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외국인은 없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브릿지증권 김경신 상무는 “대통령 탄핵 발의 등 정치 불안이 펀더멘털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보기 어렵지만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의 관망세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불안한 미국 증시 상황에 국내 정국 혼란이 겹치면서 주가 조정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외국인에게 달려있다=향후 증시의 반등은 결국 외국인에게 달려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증권 박승원 투자분석팀장은 “외국인이 안 사면 사줄 사람이 없는 게 문제”라며 “주가가 상승세를 탈 때와 마찬가지로 조정의 폭과 깊이도 외국인에게 달려있다”고 진단했다.

피데스투자자문 김한진 전무는 “외국인들의 본격적인 매도세로 주가가 떨어진 게 아니기 때문에 곧 반등할 것”이라며 “미국 나스닥증시가 언제 조정에서 벗어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대우증권 이영원 투자전략팀장은 “추세가 망가지거나 시장의 기초여건이 변한 것은 없다”며 “다음달 1·4분기 실적이 나오기 전까지 조정이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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