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나라다. 세계 정복에 나선 최초의 유럽국가가 이제는 거의 빈손으로 대륙의 서남쪽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것이다. 리스본에 가보자. 세계 어디에도 뒤지지 않은 화가와 사진가, 그리고 음악이 있다. 그들의 예술에는 황혼의 그림자가 짙게 배어 있다.
◇ Barco Negro (검은 돛배)(듣기 click)
◇ Lisboa A noite(리스본의 저녁)(듣기 click)
음반 : The Best of Amalia Rodrigues(Eclipse)
리스본의 달동네 알파마 언덕, 18세기 대지진에서도 살아남았다는 이 거리는 수많은 계단과 빨간 지붕 그리고 좁은 골목길이 미로처럼 얽혀 있다. 포르투갈 식민지에서 태어난 혼혈인이 많이 살았던 이 지역이야말로 오늘날 포르투갈을, 리스본을 상징하는, 사람 사는 냄새 물씬 나는 파두 음악의 탄생지로 만들었다. 아울러 파두의 대표적인 음악가 파디스타(파두가수) 아말리아 호드리게스를 탄생시킨 곳이기도 하다.
파두는 포르투갈의 대표적인 민속음악으로 여기서 풍겨 나오는 강력한 향수의 느낌을 사람들은 사우다데(영어로는 노스탤지어)라고 부른다. 우리말로는 ‘강렬한 바람’이라고 할 수 있다. 한(恨)을 주제로 하는 우리의 민속음악과 비교해 볼 수 있다.
파두는 많은 청중을 상대하지 않는다. 살롱에서 소규모의 관중과 일체가 되는 음악이다. 우리의 판소리나 산조의 ‘판’과 비슷하다. 따라서 파두는 연주자가 따로 노래하고 관중은 젊잖게 앉아 박수나 치는 그런 음악이 아니다. 듣는 이도 연주자와 같은 느낌을 갖고 그와 일체가 되어야 파두 음악은 성립된다.
기타라(포르투갈 기타, 12현)와 비올라 그리고 베이스 비올라의 세 악기로 구성된 밴드가 빠르고 높은 음의 파두를 연주하면 검은 옷의 파디스타는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 육성으로 혼을 넣어 노래한다. 그리고 그 성패는 청중의 수준이 결정한다. 지난해 말 파두 가수 미시아의 공연에서 청중이 보여준 반응은 너무나 아쉬웠다.
●파두라는 음악
파두의 대표적인 가수로는 1999년 7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아말리아 호드리게스를 들지 않을 수 없다. 포르투갈 총리가 ‘포르투갈 목소리’의 죽음을 애도해 사흘간의 국장을 선언했다고 하니 그 명성과 사랑이 어지간하다.
그녀는 리스본 알파마 거리 빈민촌의 매춘부, 노동자, 뱃사람의 노래였던 파두를 세계의 음악으로 승화시킨 주인공으로 흔히 샹송의 에디트 피아프와 비교된다. 대표작은 어느 한 곡을 뽑기가 쉽지 않지만 ‘검은 돛배(Barco Negro)’를 꼽지 않을 수 없다. 서민들의 땀 냄새, 방랑자들과 뱃사람의 사우다데가 물씬 풍기는 이 노래는 파두를 대표하는 곡이 되었다. 음반은 그녀의 초기 작품을 종합한 ‘The Best of Amalia Rodrigues(2CD)’(EMI 레이블)가 좋다. 모든 노래에 우리말 가사가 포함되어 있어서다. 일부 젊은 사람들이 청승맞다고 하는 파두에서 포르투갈의 매력을 찾는 것은 듣는 이의 몫이다. 조금 현대화된, 조금 덜 포르투갈적인 파두를 들어보려면 베빈다가 좋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CF음악으로 쓰일 정도니까 귀에 쉽게 들어올 것이다. 음반은 ‘Bevinda-The Best of Bevinda, Em Caminho(길 위에서)’(Eclipse music 레이블)를 추천한다.
●리스본 찾아가기
해양국가인 포르투갈은 배편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겠지만 사실상은 어렵다. 런던이나 파리를 경유한 항공편으로 리스본에 가게 된다.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에서도 가능하다. 육로로는 스페인과 묶어서 안달루시아 지방이나 마드리드 쪽에서 넘어올 수 있는데 필자는 스페인의 대학도시 살라망카를 거쳐 포르투갈의 유명한 대학도시 코잉브라 쪽으로 들어가 파티마를 경유해 리스본으로 갔다.
리스본은 테주강 북쪽에 있는 유서 깊은 도시로 구시가지의 중심지인 바이사나 호시우 동쪽의 언덕이 파두의 고향, 알파마 지역이다. 알파마 지역은 바다를 향한 그리움이 사무친 고장으로 미로처럼 얽힌 골목 사이에서 호드리게스의 생가를 찾아볼 수 있다. 또 ‘카사 두 파두’(파두역사관)에서는 파두의 역사에 관한 프로그램에도 참가할 수 있다.
28번 전차를 타면 정상의 성 조르지 성까지 올라 갈 수 있다. 바이사의 서쪽 언덕인 바이후 알투 지구는 경사진 언덕배기에 문화적 향기가 그윽한 곳이다. 분위기 있는 카페, 전통 있는 레스토랑, 창가에 꽃이 진열된 서민들의 집 틈에서 심심찮게 파두 클럽을 볼 수 있다. 리스본 서쪽 끝에 위치한 블렝 지구는 인도양을 처음 항해한 바스코 다 가마가 인도를 찾아 출발한 곳으로 해양대국 포르투갈을 느끼게 해준다. 시간 여유가 있으면 교외에 있는 로카 곶까지 가서 대서양의 파도도 만나보자.
강선대 명지대 겸임교수
◇‘그 음악 그 곳’에 소개된 음악은 동아닷컴(www.donga.com) 기자컬럼 ‘조성하의 e편한여행’중 ‘소리가 있는 풍경’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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