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쭈이(大嘴·못 말리는 입)’ 뤼슈롄=“국민투표는 사랑하는 남녀가 엄숙하게 서약을 하는 것과 같으므로 제3자가 개입해선 안 된다.”
뤼 부총통은 지난달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이 대만 국민투표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히자 “그의 말은 잡음”이라면서 이같이 쏘아붙였다. 뤼 부총통의 가장 큰 매력이자 단점은 바로 원색적으로 쏟아내는 발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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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부총통은 거품이다. 되는 것도 없고 얻는 것도 없는 구중궁궐의 원부(怨婦)가 바로 나”라고 말해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을 곤혹스럽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꾸밈없는 말에 호감을 갖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번 선거전에서도 그의 별명인 ‘둥쏸(凍蒜·언 마늘·대만 방언으로 당선과 발음이 같음)’을 연호하는 목소리가 유세장 곳곳에 진동했을 정도다.
뤼 부총통은 대만 독립 문제에서 천 총통보다 더 급진적이다. 그는 “대만 역사는 이민족 통치와 국민당 외래 강권정치에 항거해온 민족운동사”라면서 “중국이 대만을 침략하면 대만은 독립을 공식 선포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천 총통의 대만대 법학과 선배인 그는 미국 유학 후 행정원 법규위원회 과장을 지낸 국민당원이었다. 그러나 1979년 반체제 잡지인 ‘메이리다오(美麗島)’ 필화사건에 연루돼 투옥되면서 민주화와 여성운동에 투신했다. 이 때문에 여성표를 많이 확보하고 있다. 아직 미혼.
▽‘비운의 황태자’ 쑹추위=“리덩후이(李登輝) 전 총통이 아니었으면 그는 벌써 대만의 제1인자가 되었을 것이다.”
2000년 선거에서 천 총통에게 불과 31만표 차로 석패한 쑹 주석에 대한 동정적 평가다.
리 전 총통이 당시 국민당 내에서는 물론 국민으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그 대신 인기가 없는 롄잔(連戰) 부총통을 총통 후보로 지명하자 이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했기 때문이었다.
리 전 총통은 그가 국민당을 뛰쳐나가자 당 비서장 시절 거액의 당 자금을 횡령해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쑹 주석이 94년 처음 실시된 대만성장 직선에서 승리하며 국민당의 2인자로 급부상하자 리 전 총통은 2년 뒤 대만성을 아예 폐지하는 등 철저하게 그를 견제했다. 불과 47세에 국민당 중앙상무위원에 당선되면서 대만 전역에 ‘쑹추위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그가 너무나 위협적이었던 탓이었다.
중국 본토 출신인 그는 “대만 독립노선은 중국의 반발을 초래할 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의 동아시아정책을 어렵게 만들어 결국 대만에 불리한 결과만 돌아올 뿐”이라면서 “대만은 자주성을 수호하면서 중국과의 경제관계를 증진해야 한다”는 양안 현상유지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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