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파격적인 정부기구 축소 작업이 계속되면서 전직 부총리와 장관들이 ‘강등’되는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9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서명한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포고령’에 따라 철도부 교통부 세무부 등 무려 14개 부처가 폐지되거나 다른 부처에 흡수 혹은 통합되면서 6명이던 부총리가 1명으로, 30개나 되던 장관직이 17개로 줄어든 여파다.
11일 단행된 각 부처 차관급 인사에서 지난주까지만 해도 내각의 2인자였던 보리스 알료신 전 부총리가 산업에너지부 산하의 산업청장으로 내려앉았다. 내각에서 행정개혁 업무를 맡았던 그가 정작 개혁의 희생자가 된 것. 여성인 갈리나 카롤로바 전 부총리도 보건사회부 차관이 됐다. 한-러 경제공동위원회의 러시아측 위원장이었던 블라디미르 야코블레프 전 부총리도 남부관구 주재 대통령 전권대표로 임명돼 지방으로 내려갔다.
블라디미르 필리포프 전 교육장관은 교육부와 과학기술부가 통합돼 생긴 교육과학부의 차관이 됐다. 알렉산드르 루만체프 전 원자력장관은 원자력부가 폐지되면서 산업에너지부 산하의 원자력청장으로 임명됐다.
그나마 이렇게 차관이나 외청장으로 ‘목숨을 보전’한 전직 장관은 7, 8명. 오히려 졸지에 ‘실업자’가 된 다른 전직 장관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앞으로 부처별로 본격적인 군살빼기가 시작되면 국장급 등 정부 내 고위직이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러시아 관료 사회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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