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정부 군살빼기” 장관들 잇단 강등

  • 입력 2004년 3월 12일 18시 13분


“부총리가 하루아침에 차관으로….”

러시아의 파격적인 정부기구 축소 작업이 계속되면서 전직 부총리와 장관들이 ‘강등’되는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9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서명한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포고령’에 따라 철도부 교통부 세무부 등 무려 14개 부처가 폐지되거나 다른 부처에 흡수 혹은 통합되면서 6명이던 부총리가 1명으로, 30개나 되던 장관직이 17개로 줄어든 여파다.

11일 단행된 각 부처 차관급 인사에서 지난주까지만 해도 내각의 2인자였던 보리스 알료신 전 부총리가 산업에너지부 산하의 산업청장으로 내려앉았다. 내각에서 행정개혁 업무를 맡았던 그가 정작 개혁의 희생자가 된 것. 여성인 갈리나 카롤로바 전 부총리도 보건사회부 차관이 됐다. 한-러 경제공동위원회의 러시아측 위원장이었던 블라디미르 야코블레프 전 부총리도 남부관구 주재 대통령 전권대표로 임명돼 지방으로 내려갔다.

블라디미르 필리포프 전 교육장관은 교육부와 과학기술부가 통합돼 생긴 교육과학부의 차관이 됐다. 알렉산드르 루만체프 전 원자력장관은 원자력부가 폐지되면서 산업에너지부 산하의 원자력청장으로 임명됐다.

그나마 이렇게 차관이나 외청장으로 ‘목숨을 보전’한 전직 장관은 7, 8명. 오히려 졸지에 ‘실업자’가 된 다른 전직 장관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앞으로 부처별로 본격적인 군살빼기가 시작되면 국장급 등 정부 내 고위직이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러시아 관료 사회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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