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관료들 세네”…낙하산 인사 금지案 반발에 완화

  • 입력 2004년 3월 14일 19시 00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낙하산 인사’를 둘러싼 관료와의 한판 씨름에서 절반의 패배를 당했다.

퇴직한 정부 각 부처 간부가 유관기관의 장이나 임원으로 취임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했다가 관료 집단과 업계의 반발로 ‘절반 이하 억제’로 크게 후퇴한 것.

13일 일본 정부는 정부 유관기관의 장이나 상근임원 가운데 관료 출신 비율을 절반 이하로 억제하는 방침을 정했다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또 정부 유관 특수법인에 관료 출신이 기관장으로 취임하고자 할 때는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관방장관을 장으로 하는 인사검토회의가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정부 대변인 후쿠다 관방장관은 12일 낙하산 인사와 관련한 정부의 방침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행정 경험과 민간의 감각을 함께 활용해야 한다”며 “내달부터 실시되는 정부 산하 특수법인과 독립행정법인 인사 때 이 방침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일본 각 성청이 정부에 승인을 요청한 낙하산 인사 관련 안건은 모두 22건.

일본 공직사회의 가장 대표적인 낙하산 인사는 직업공무원이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자리인 각 성청의 사무차관이 산하기관장으로 취임하는 경우다. 학계와 시민단체 등은 변화와 혁신을 방해하는 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낙하산 인사를 비판해 왔고 고이즈미 총리는 이런 여론에 힘입어 8일 낙하산 인사 전면금지를 선언했다.

그러나 막상 전면금지 원칙을 밝히자 정부 내는 물론 업계조차 관료 출신이 필요하다며 예상외로 크게 반발했다. 결국 고이즈미 총리는 “관료 출신 가운데 인재가 많다. 전부 배제할 필요는 없다”며 타협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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