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 이후 미국이 3년째 벌이고 있는 소탕전이 무색할 지경이다. 미국의 ‘대테러 전쟁’에도 불구하고 알 카에다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쉼 없는 세포분열=미국의 소탕전으로 알 카에다 지도부는 붕괴됐다. 오사마 빈 라덴과 아이만 알 자와히리 2명만 도피하고 있을 뿐 나머지는 모두 체포되거나 피살됐다.
그러나 알 카에다는 각 지역 조직들이 느슨한 연계망을 유지하면서 위기에 대처하고 있다. 지휘부를 잃었지만 각 조직들은 스스로 테러 대상과 시점, 방식을 선택하는 자율성을 갖추게 됐다고 BBC는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설사 빈 라덴이 체포된다 하더라도 알 카에다의 활동은 위축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아프가니스탄 국경지대에서 빈 라덴을 추적했던 한 프랑스 장성은 “알 카에다는 머리가 9개 달린 히드라와 같다”고 묘사했다.
▽연계조직도 많아=알 카에다는 ‘미국이 주적(主敵)’이라는 이념을 퍼뜨렸다. 이를 추종하는 국제 테러조직만도 1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미 중앙정보국(CIA)은 보고 있다. 알 카에다가 주춤하더라도 연계조직들 때문에 테러는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연계조직으로는 알 자카위가 이끄는 헤라트그룹, 이집트 이슬람 지하드그룹, 안사르 알 이슬람, 리비아 이슬람 전투그룹, 우즈베키스탄 이슬람운동, 아부 사이아프그룹 등이 꼽힌다.
이 조직들은 빈 라덴이 체포되거나 피살되더라도 거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개별 국가를 무대로 활동하는 소규모 테러조직들도 무시 못할 위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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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방식 고도화=11일 발생한 스페인 열차 폭탄테러는 첩보영화를 방불케 했다. 열차 2개 노선의 객차 6량에 폭탄 7개를 동시에 터뜨린 이날 테러는 무선전화를 이용한 기폭장치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알 카에다 등 10여개 테러조직들은 화학(C), 생물학(B), 방사능(R), 핵(N)무기를 필사적으로 입수하려 한다. 입수하기 쉬운 재료로 화학무기를 만드는 방법도 퍼뜨리고 있다.
이들은 세계 50여개국에 정부의 힘이 미치지 않는 ‘변경 지역’을 확보해 훈련과 작전계획 수립을 위한 아지트로 활용하고 있다.
▽초기의 알 카에다=알 카에다는 ‘기지(基地)’라는 뜻. 1989년 옛 소련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할 때 빈 라덴 등이 새로운 지하드(성전)를 모색하면서 만들었다. 초기 조직원들은 소련에 맞서 싸운 이슬람 자원자들이었다.
소련과 싸울 때 알 카에다 지도부는 미국,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았다는 것이 정설이다. 빈 라덴 자신이 CIA에서 훈련받았다는 추정이 나올 정도. 90년대 초반 수단에 있던 알 카에다 본부는 96년 이후 아프가니스탄으로 이동했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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