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다나카 前총리 집안-문예춘추사, 3代째 이어진 악연

  • 입력 2004년 3월 17일 23시 24분


좌충우돌로 유명한 일본의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59·중의원 의원) 전 외상의 장녀(29)가 문예춘추사와 한판 소송을 벌이고 있다.

17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날 발매된 슈칸분온(週刊文春)은 다나카 전 외상의 장녀가 결혼 1년 만에 이혼하고 최근 귀국한 기사를 3쪽에 걸쳐 실었다. 장녀는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살아왔다.

장녀측은 이 기사가 게재된다는 사실을 알고 사생활 침해를 들어 출판금지 가처분을 요구했다. 도쿄지법이 16일 오후 이를 받아들이면서 발행 부수 81만부 중 이미 발송된 것을 제외한 약 7만부가 배포되지 못했다.

일본인들은 이날 조간신문에서 소송 관련 기사를 읽고 잡지 가판대로 몰려 유통회사측이 자진회수에 들어가기도 전에 잡지가 품절된 곳이 많았다.

다나카 전 외상은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전 총리의 딸. 부친이 언론의 록히드 부정 사건 추적 보도로 구속된 일로 거슬러 올라가면 3대째 언론과의 악연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다나카 전 외상 본인은 현란한 독설로 대중적 인기를 얻으며 한때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감으로 꼽혔다. 그러나 자민당 내 대항 세력의 견제에다 일부 언론이 집요하게 비서 급여 유용 의혹을 제기함에 따라 2002년 외상에서 물러나고 의원직도 내놓았다. 자민당에 한을 품은 그는 지난해 11월 무소속으로 출마해 의사당에 복귀한 뒤 야당인 민주당과 행동을 같이하고 있다.

장녀측은 “다나카 전 외상의 장녀는 공인이 아닌 만큼 사생활을 누릴 권리가 있다”며 법원 결정을 환영했으나, 출판사는 “기사에서 인권을 충분히 배려했는데도 출판을 금지한 것은 언론자유를 제약하는 폭거”라며 17일 이의신청을 냈다.

고단샤(講談社) 등 주간지를 발행하는 다른 출판사들도 “나무는 보되 숲을 못 본 것이며 언론자유의 기본 정신을 무시한 폭거”라면서 동병상련으로 사법부 결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나 야후저팬 등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법원 결정을 지지하는 네티즌의 글이 많았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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