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전투병 파병 반대 여론을 고려해 파병부대(자이툰부대)의 임무를 ‘평화·재건활동’으로 제한해 국회의 동의를 얻었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군도 다른 파병 국가처럼 광범위한 군사작전을 맡을 것을 줄곧 요구해 왔다.
이에 따른 양국의 미묘한 갈등은 한국군 파병 예정지였던 키르쿠크에서의 테러가 급증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달 초 키르쿠크를 방문한 황의돈(黃義敦) 자이툰 부대장에게 현지 미군 실무진은 △한국군의 무기·장비 보강 △키르쿠크 내 미군 병력 잔류 △미군의 군사작전 허용 등을 요구했으나 국방부는 이를 ‘실무진의 의견’으로 축소 해석했다.
이에 연합합동동맹군사령부(CJTF-7) 리카르도 산체스 사령관은 김장수 합참 작전본부장에게 “직접 만나자”고 요청했다. 그러나 김 작전본부장이 이번 주 이라크에서 산체스 사령관 등과 가진 협의에서도 양국의 시각차는 좁혀지지 않았고, 결국 미국은 한국이 키르쿠크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역을 맡는 것에 마지못해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일부 군사 전문가들은 “한미동맹관계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파병을 결정했던 정부가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이 당초 요구했던 전투병 파병과 파병 규모를 들어주지 않은 데 이어 파병 지역까지 변경하는 만큼 미국으로선 한국에 서운한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한국국방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어차피 이번 파병으로 얻을 수 있는 국익이 많지 않았던 만큼 우리 장병들의 안전이 우선”이라며 “조금이라도 위험이 덜한 지역으로 가는 것은 우리 장병들의 안전을 위해 당연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테러 급증과 스페인 등의 철군 움직임을 고려할 때 정부가 평화적 재건임무만 맡겠다고 버티는 것은 당연하다는 주장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힘을 얻고 있다. 일각에선 아예 파병 취소 주장도 나온다.
파병이 지연되면서 파병의 성격과 목적은 이래저래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파병지역 변경에 따른 예상 파병일정 | |
3월 19일 | 파병지역 변경 합의 발표 |
3월 말 | 파병후보지역에 조사단 파견 |
4월 초·중순 | 파병지역 결정 |
4월 15일 | 17대 총선 |
4월 말 | 실무 군수협조단 파견 물자 수송 일정 조정 |
5월 초 | 선발대 출발 |
5월 중순·말 | 본대 출발 |
6월 말 | 이라크 주권 이양, 스페인 및 온두라스 철군 |
12월 말 | 이라크 총선, 한국군 파병기간 만료, 파병안 수정제출 가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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