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지야 사카슈빌리, 敵地방문 담판 성공

  • 입력 2004년 3월 19일 19시 09분


지난해 ‘벨벳혁명’을 주도해 에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 정권을 종식시켰던 미하일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36)이 내전으로 치닫던 국가적 위기를 막아냈다.

사카슈빌리 대통령은 18일 그루지야로부터의 이탈 움직임을 보이며 중앙정부와 갈등을 빚어온 아자리야의 수도 바투미를 전격 방문했다. 이어 아슬란 아브슈니제 대통령과 3시간 동안 담판을 벌여 일촉즉발의 대립 사태를 마무리했다. 양측은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기로 합의했고 사카슈빌리 대통령은 아자리야에 대한 봉쇄를 즉각 해제했다.

사카슈빌리 대통령은 자동차로 몇 명의 경호원만 데리고 ‘적지’에 뛰어드는 용기를 보였다. 목숨을 건 대담한 행동이었다. 14일에도 아자리야 진입을 시도하다가 국경에서 아지리야 민병대의 위협으로 되돌아온 적이 있기 때문. 그러나 “위험하다”는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직접 사태를 해결하겠다며 다시 바투미로 향했다.

그루지야는 90년대 초 독립을 요구하는 압하지야와의 내전을 겪은 경험이 있다. 현재도 압하지야에는 러시아 주도의 평화유지군이 주둔하고 있다. 또다시 내전이 일어나면 그루지야의 존립이 위협을 받게 된다. 터키와 러시아 등 주변국의 개입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었다.

사카슈빌리 대통령은 이번 사태 해결로 옛소련 전역에서 ‘용기와 결단’의 정치인으로 다시 각광받게 됐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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