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크 前 조정관 “백악관, 알카에다 테러징후 무시”

  • 입력 2004년 3월 22일 18시 55분


코멘트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알 카에다가 테러를 일으킬 것이라는 경고를 무시했다.”

“9·11테러를 이라크와 연계하라는 압력을 받았다.”

전직 백악관 대(對)테러담당 조정관의 폭로가 일파만파를 부르고 있다.

리처드 클라크 전 백악관 대테러조정관은 22일 시판에 들어간 자신의 저서 ‘모든 적에 대항하여(Against All Enemies)’와 21일 CBS TV의 ‘60분’ 프로그램 인터뷰를 통해 부시 행정부의 대테러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클라크 전 조정관은 23일 9·11테러 조사위원회에서 증언도 할 예정이다. 그는 30년 동안 행정부의 대테러정책을 담당했으며 지난해 3월 사임했다.

▽“테러 경고 무시했다”=그는 9·11테러 수개월 전부터 알 카에다의 테러 위협을 경고했지만 고위 관계자들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고 말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001년 초 자신의 경고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고, 알 카에다에 관해 들어본 적도 없을 뿐 아니라 탈냉전 이후의 안보 이슈들을 모르는 것 같았다고 그는 주장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01년 1월 ‘임박한 알 카에다의 위협’을 논의하기 위해 고위 각료회의를 요청하는 메모를 라이스 보좌관에게 전했으나 무시됐고, 4월에야 각 부처 2인자들이 참석한 회의가 열렸다고 밝혔다.

당시 회의에서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은 “당신은 오사마 빈 라덴에 너무 비중을 둔다”면서 논의를 이라크로 돌렸다는 것.

그는 “부시 행정부 지도부는 2001년 권력에 복귀했을 때 스타워즈와 이라크 등 8년 전과 똑같은 문제를 다루려고 했으며 8년 동안 형성된 새로운 위협들은 다루려고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라크와 연계하라”=클라크 전 조정관은 9·11테러 당일 백악관 대책회의에서 알 카에다와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한 군사적 대응책을 다룰 것으로 예상했으나 회의 주제가 이라크로 급속히 바뀌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회의에서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아프가니스탄에는 좋은 목표물이 하나도 없지만 이라크에는 많다’고 말해 처음에는 농담을 하는 걸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클라크 전 조정관이 “몇 년 동안 주시해왔지만 (이라크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설명하자 부시 대통령은 자신을 다른 2명과 옆방으로 불러 “나는 당신이 이라크가 했는지를 알아내길 원한다”고 압력을 넣었다는 것.

그는 이후에도 “(이라크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국가안보보좌관이나 부보좌관이 계속 “잘못된 보고…다시 할 것”이라는 메모와 함께 반려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