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우라라’라는 이름의 8세짜리 암말은 22일 고치(高知)경마장에 출전, ‘예상대로’ 11마리 중 10위를 차지했다. 데뷔 이래 106회 연패. 하지만 일본인들은 이 말이 언제 우승하느냐보다 연패 기록 경신에 열광하고 있다.
이날은 일본경마협회 소속 기수 중 최다우승 기록을 보유한 명기수가 탔기에 기대를 모았다. 하루우라라는 레이스 중반까지는 선전했다. 하지만 마지막 직선코스에서 늘 그랬듯 처지고 말았다. 시합 후 쏟아진 환호와 격려의 박수 때문에 기수는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경마장을 한바퀴 천천히 돌아야 했다.
입장객 감소로 각 지방 경마장이 문을 닫고 있지만 고치경마장은 이 꼴찌 경주마 덕분에 전국 각지에서 모인 1만3000명의 관중으로 이날 만석을 이뤘다. 이날 마권은 5억엔(약 50억원)어치가 넘게 팔렸고 이 말을 캐릭터로 한 인형이나 열쇠고리 등 각종 기념품을 사려는 이들이 매장 앞에 장사진을 쳤다. ‘여유롭게 달려라, 하루우라라’라는 구호를 넣은 교통안전 스티커도 등장했다.
필사적으로 달려도 우승 한번 못 해본 이 경주마에 일본인들이 애정을 보이는 것은 자신들의 삶을 투영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 ‘당당한 꼴찌’ 스타를 작년에 하마터면 폐기할 뻔했던 경마장측은 요즘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시합마다 너무도 진지하게 뛰는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 것을 가슴 아파한 사육사가 “그래도 사료값은 하고 있지 않느냐”며 읍소해 간신히 구제됐던 것. 이 꼴찌 경주마가 경마장에 돈복을 안겨 주리라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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