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km 밖 지평선에 나타난 말 탄 이를 보고 적인지 아닌지 구별할 수 있는 시력(몽골에는 안경 쓴 이가 거의 없다), 걸음마보다 말 타기를 먼저 배우는 그들의 기마술과 역참제(驛站制)라는 신속한 정보 시스템, 공중폭격으로 성을 공격했다는 투석기를 보면 미국이 수행하고 있는 현대의 새로운 전쟁을 보는 듯하다.
그러나 그들은 200년이 못되어 바람과 같이 역사의 전면에서 사라졌다. 정착 문명인 농업과 산업사회라는 낯선 환경에 의해 철저히 유린당한 이들은 ‘이동이 제한된 유목민’으로 마치 김빠진 맥주와 같은 모습으로 전락한 것이다. 이제 잊혀졌던 유목민의 역사가 새 천년을 맞아 다시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 그런 몽골을 보는 것은 지난 천년의 밀레니엄 역사를 되짚어 보는 동시에 ‘유목민의 시대(Nomadism)’라는 새 천년을 바라보는 포인트이다.
◈ 후미의 노래(듣기 click)
◈ 서사시 '항가이산(山) 찬가'(듣기 click)
◈ 림브 독주 '사계(四季)'(듣기 click)
(이 곡은 일본 king 레코드에서 1996년 'JUST Spice Music' 시리즈로 발매한 '유구한 초원'(悠久の草原)에 들어있음)
‘노매디즘’이란 한 곳에 머물지 않고 늘 사유하는 삶을 지향하는 철학의 한 트렌드로 유목이 제한된 환경에서 최대의 수확을 얻는 생산 방식인 점에 착안해 지식정보혁명 이후 현대인이 유목민화하고 있다고 보는 새로운 시각을 말한다.
수도인 울란바토르는 겔(몽골의 천막집)의 도시에서 아파트의 도시로 바뀌고 있다. 그런 몽골에는 별이 너무도 많다. 또 맑은 하늘과 탁 트인 초원은 감동을 준다. 그들에게는 우리가 잊고 사는, 가슴을 치는 그 무엇이 있다. 림브(몽골의 플루트) 연주로 듣는 ‘사계(四季)’에서는 용감한 민족에서 스며나오는 아련한 서정이 느껴진다. 그리고 모린후르(馬頭琴)로 연주되는 ‘말들의 질주’, 몽골인의 독특한 성악인 ‘후미’의 소리는 도저히 잊을 수 없는 매력의 음악이다.
‘푸른 눈의 이리’라 불리던 몽골인들과 우리는 역사 속에서 여러 번 만났다. 소중한 인연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은 우리를 ‘무지개의 나라’라고 친근하게 대한다. 중국 옌볜의 경우에서 보듯이 ‘어글리 코리안’이 되어 그들의 가슴에 상처를 주는 일은 없어야겠다.
●몽골의 음악
몽골은 성악의 왕국이다. 다양한 민속악기가 있고 기악연주도 있으나 우리를 압도하는 음악은 성악이다. 중앙아시아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성악은 긴 노래(자유리듬), 짧은 노래(규칙적인 리듬)라는 형식으로 나뉘는데 우리의 판소리, 창(唱)을 생각하면 된다. 성악은 서사시가 특히 많은데 위대한 인물의 이야기나 위대한 자연을 기리는 노래로 엄청나게 길다. 가장 독특한 것은 몽골인의 특이한 발성법인 ‘후미’다. 하나의 목에서 두 가지 소리를 동시에 내는 저음의 이 창법은 듣는 이에게 깊은 인상을 준다.
몽골은 샤머니즘의 나라이므로 샤먼의 의식음악도 독특하다. 샤먼이 신과 접하는 과정에서 황홀경에 이르기까지의 주술적인 노래이다. 그러나 가장 많이 불리는 노래는 젊은이의 사랑노래와 어머니를 주제로 한 가요다. 전통악기로는 현악기인 ‘모린후르’와 관악기인 ‘림브’가 대표적이다.
◇소개할 만한 음반
△‘몽골의 성악과 기악’(토픽레코드·1994) △‘유구한 초원, 몽골의 음악’(일본 킹 레코드·1996) △‘몽골: 몽골의 노래들’(일본 킹 레코드·1996)
강선대 명지대 겸임교수
▶‘그 음악 그곳’에 소개된 음악은 동아닷컴(www.donga.com) 기자칼럼 ‘조성하의 e편한여행’ 중 ‘소리가 있는 풍경’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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