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고 있는 이집트 요르단 등 아랍권 국가들이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전면 재검토하고 있어 이스라엘은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몰리는 양상이다.
이스라엘은 분위기가 악화되고 테러 가능성이 커지자 카타르와 모리타니아 등 중동과 북 아프리카 주재 대사관을 잠정 폐쇄했다.
▽아랍 전체 대 이스라엘 싸움으로 비화=아메드 마헤르 이집트 외무장관은 23일 “야신 암살은 평화노력을 무산시키려는 행위”라면서 “우리는 이스라엘을 진정한 대화의 상대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은 모든 평화노력을 훼방하고 아랍과 이스라엘 분쟁의 평화적 해결이란 기대를 짓밟았다”고 비난했다.
이는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22일 야신 암살 직후 “유감스럽고 비열한 행위”라며 이집트-이스라엘 평화협정 25주년 기념식에 이집트 대표단 참석을 취소한 데 이어 나온 발언이다.
역시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은 요르단 정부도 22일 “야신 암살은 이 지역의 갈등을 첨예화시킨 행위”라고 비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29, 30일 튀니지에서 열리는 아랍연맹 22개국 정상회담에서는 ‘반(反)이스라엘’ 전선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레바논 이집트 수단 등의 주요 도시에선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수천∼수만명의 항의시위가 나흘째 계속됐다.
특히 모로코의 유대교 단체 지도자가 24일 “야신 암살은 금수(禽獸)만도 못한 행위”라며 비난했다. 유대교 단체가 이스라엘을 비난한 것은 처음이다.
야신 암살 이후 말리 주재 프랑스 대사관에 테러협박 편지가 배달되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서방국들의 시선도 점차 싸늘해지고 있다.
▽이스라엘 내분 조짐=야신 암살을 둘러싼 이스라엘 내의 찬반론이 불거지면서 여당인 리쿠드당 당수인 아리엘 샤론 총리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스라엘 국내 정보기관인 ‘신베스’의 수장 아비 디히터는 야신의 암살에 반대했다고 이스라엘군 라디오방송이 22일 보도했다.
디히터씨는 “존경받는 지도자를 살해하면 이스라엘에 득이 되기보다는 해를 끼칠 것”이라며 “하마스에 치명타를 가하기 위해선 그 지도부 전체가 해체될 때를 기다리는 편이 나았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야당인 노동당 당수 시몬 페레스 전 총리 역시 이날 “내가 내각의 일원이었다면 야신 암살에 반대표를 던졌을 것”이라면서 “야신을 암살한 것은 실수”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의회는 23일 평화협정 체결 25주년 기념 특별회의를 소집했지만 샤론 총리가 연설할 때 120명 의원 가운데 20명이 참석했을 뿐이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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