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이볜 대만총통, 롄잔측 재선거요구 일축

  • 입력 2004년 3월 25일 18시 41분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은 25일 “취임 이후 헌법 개정시 민감한 문제를 건드리지 않겠다”며 “양안 관계와 사회 안정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당은 총통선거 당선공고 연기와 재선거를 요구하며 여당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천 총통 “사회 통합에 주력”=천 총통은 이날 재계 인사들과 간담회를 갖고 “분열과 증오를 씻고 인내와 포용을 해야 대만에 희망이 있다”면서 “반대하는 목소리를 많이 듣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헌법 개정을 할 때 민감한 문제는 손대지 않겠으며 앞으로 4년간 대만의 단결과 양안 관계 및 사회 안정, 경제 번영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천 총통의 발언은 극단적인 지역감정 등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국론 분열을 봉합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 그의 당선으로 양안관계 악화를 걱정하는 국내 안정 희구 세력 및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식시킬 필요성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그는 야당이 주장하는 재선거나 긴급명령권 발동에 의한 재검표 요구에 대해서는 “대만은 민주 법치국가인 만큼 모든 것은 법에 따라야 한다”고 일축했다.

▽야당, “재선거 하자”=롄잔(連戰) 국민당 주석과 쑹추위(宋楚瑜) 친민당 주석은 이날 오후 야당 입법위원 전원과 함께 총통부 광장의 항의시위에 참여했다. 롄 주석은 “즉각적인 재검표가 아니면 재선거를 실시하라”면서 “총격사건에 대한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만큼 중앙선관위도 26일의 총통 당선자 공고를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측은 또 “천 총통이 관련법 개정을 통해 재검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야당의 선거무효 소송 제기에 따라 중앙선관위는 피고의 신분”이라면서 “피고가 재검표를 하는 것은 부정을 저지른 선수에게 심판을 맡기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의 이 같은 주장은 중앙선관위에 대한 불신 및 재검표를 해도 표 조작 여부를 밝혀내기 어렵다는 판단과 함께 제2야당인 친민당의 강경투쟁 노선이 반영된 결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야당 입법위원들은 여당의 ‘행정검표(중앙선관위의 재검표)’ 대신 ‘사법행정검표(사법부와 중앙선관위 합동 재검표)’ 제도를 도입하자는 새 제안을 내놓았다.

민진당은 야당의 요구에 대해 “선거법상 재선거는 당선자가 취임 전 사망하거나 법원이 선거 무효를 결정하는 두 가지뿐”이라며 거부했다.

타이베이=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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