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9·11테러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공화당 소속 위원들의 집중 공격을 받은 리처드 클라크 전 백악관 테러담당 보좌관에 대해 25일 슬레이트 닷컴은 이렇게 평했다.
대선을 앞두고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테러 대처 능력을 신랄하게 비난하는 책을 출간해 백악관과 공화당 인사들의 포화를 받았지만 능수능란한 화술과 논리로 이를 제압했다는 것.
슬레이트 닷컴은 생방송으로 미국 전역에 방송된 당시 상황을 복싱 경기에 비유해서 다음과 같이 상세히 보도했다.
대표급 도전자는 존 톰슨 위원(공화당).
“(논란이 된 클라크 전 보좌관의 신간과 2002년 그가 낸 언론 브리핑 자료를 양손에 들고 흔들며) 도대체 어느 쪽이 진실이냐. 둘의 내용이 다르다”며 일격을 날렸다.
클라크 전 보좌관이 반격했다.
“당시 9·11테러 대비를 부시 행정부가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내용의 타임지 커버스토리의 파장을 진화하라는 백악관의 지시를 받고 브리핑 자료를 작성했다. 대통령 보좌관들은 그런 일도 한다.”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나 딕 체니 부통령의 요즘 행보도 같은 맥락이라는 암시가 분명했다. 곳곳에서 숨죽인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렇다면 당시 언론을 오도하려 했다는 말인가?”(톰슨 위원)
“어느 행정부든 백악관 관계자의 발언권에는 한계가 있다. 사실에 입각해 가장 긍정적인 얼굴을 하고 언론을 대했을 뿐이다.”(클라크 전 보좌관)
“백악관 보좌관에게만 적용되는 별도의 윤리관이 따로 있는 건가.”
비꼬는 듯 톰슨 위원이 다시 일격을 가하자 돌아온 클라크 전 보좌관의 반격.
“그것은 윤리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적 차원의 문제다.”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는 톰슨 위원. 게임 끝, 클라크 전 보좌관의 완승!
슬레이트 닷컴은 클라크 전 보좌관을 이날 청문회의 ‘슈퍼스타’라고 평가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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