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기업엔 그들만의 언어가 있다

  • 입력 2004년 3월 25일 18시 58분


일본 도쿄에서 승용차로 2시간 거리인 캐논 아미 공장. 이곳에는 다양한 아이디어 도구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 먼저 3단 부속품 선반이 직원을 ‘ㄷ’자로 감싸고 있다. 직원이 발걸음을 떼지 않고 손만 뻗어도 수백 종류의 부품을 집을 수 있다. 상자 안에 부품이 떨어지면 오른쪽 손잡이를 잡아당기면 된다. 스프링 장치에 의해 새 부품 상자가 들어서고 빈 상자는 선반에서 밀려나간다.

이 작업공간은 종업원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이시이 히로시(石井裕士) 공장장은 “종업원들의 아이디어를 모은 ‘지혜 테크’ 덕분에 1년에 100개 이상의 도구가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혜 테크’는 캐논에만 통용되는 고유한 ‘회사어(語)’. 경제전문지 포브스 일본판 4월호는 실적 좋은 일본 기업 대부분은 독특한 회사어를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자동차 제조업체 도요타는 마른 수건도 다시 짠다는 ‘도요타 방식’,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만든다는 ‘간반(看板)’, 신기술을 전 직원에게 빨리 확산시킨다는 ‘요코덴카이(橫展開)’ 등의 회사어를 갖고 있다.

소니는 호경기일 때 불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황천(荒天) 준비’, 남과 다른 생각을 하라는 ‘룰 브레이커’라는 말을 사용한다. 타사를 압도하는 상품을 뜻하는 ‘V상품’과 불황을 최대한 짧게 이겨내라는 ‘V자 회복’ 등은 마쓰시타전기의 회사어.

포브스는 “회사어는 종업원들의 일체감을 높이고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해외 종업원들이 본사의 미묘한 회사어를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점은 풀어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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