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는 정맥주사를 통한 마약 남용과 섹스산업 번창으로 에이즈(AIDS)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감염자는 전년보다 62%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과 태국을 제치고 인도네시아를 위험국가로 지목할 정도.
그러나 ‘무자헤딘위원회’ 등 이슬람 원리주의 성직자 단체와 이슬람 정당들은 콘돔 사용을 권장하는 TV 광고나 홍보를 전면 반대하고 있다. 콘돔 사용은 은연중에 혼외정사를 인정하는 것이므로 이슬람 율법에 어긋나고 신의 노여움을 부른다는 것. 이들은 콘돔을 사용하기보다는 인간의 도덕관념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기세에 눌려 인도네시아 보건당국과 온건한 이슬람단체들은 콘돔 사용법조차 홍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4월 5일 총선을 앞두고 콘돔을 둘러싼 갈등은 증폭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슬람 원리주의 단체의 공세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일부 지방정부도 중앙정부 결정에 따르지 않아 성과는 미지수다. 이에 따라 1970, 80년대 수하르토 대통령이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반대를 누르고 추진한 강력한 가족계획 정책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당시에는 군대까지 동원해 홍보물을 배포하고 남자들을 보건소에 끌고 가 피임수술을 받게 했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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