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경제 회복에도 불구하고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이 부여하는 신용등급이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자 속병을 앓고 있다.
겉으로는 “민간기관의 평가에 신경 쓰지 않는다”며 대범한 척 하지만 신용등급이 오르면 불황 탈출을 대내외에 과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4일 국가신용등급의 지표로 쓰이는 일본 장기국채의 등급 전망을 종전의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수정했다. 일본 국채의 등급 전망이 바뀐 것은 닛케이평균주가가 거품 붕괴 후 최저치로 떨어졌던 지난해 4월 S&P가 일본 등급을 AA에서 AA-로 낮춘 지 11개월 만이다.
S&P는 “기업의 현금 흐름이 개선돼 수익성 높은 투자로 이어질 여건이 마련됐고 전체 경제 전망도 밝아졌기 때문에 등급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정 상태가 여전히 안 좋다는 이유를 들어 등급을 올리지는 않았다.
일본의 신용등급은 장기불황으로 재정이 악화되면서 계속 떨어져 선진7개국(G7)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무디스는 2002년 5월 일본의 등급을 원조대상국인 아프리카의 보츠와나보다도 낮게 평가해 충격을 줬다.
일본 재무성 관계자는 “일본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가능성은 제로”라며 “금융자산 축적액이 1400조엔, 외환보유고가 7800억달러나 되는 나라의 신용등급이 보츠와나보다 낮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관방장관은 S&P의 발표에 대해 “민간업체가 하는 일에 코멘트할 기분이 아니다”면서 묵살했지만 재무성 관리들은 등급이 언제쯤 오를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국가별 장기국채 신용등극 | ||
| 무디스 | S&P |
Aaa, AAA | 미국 영국 독일 | 미국 영국 독일 |
Aa1, AA+ | 벨기에 | 벨기에 |
Aa2, AA | 이탈리아 | 이탈리아 칠레 |
Aa3, AA- | 대만 홍콩 | 일본 대만 홍콩 |
A1, A+ | 칠레 보츠와나 | 보츠와나 |
A2, A | 일본 | 태국 튀니지 |
A3, A- | 한국 | 한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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