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을 선진국 디딤돌로” 중국이 뛴다

  • 입력 2004년 3월 30일 18시 59분


중국 베이징(北京) 올림픽경기장과 선수촌이 들어설 베이징시 차오양(朝陽)구의 야윈(亞運)촌.

경기장과 부대시설의 정지작업에 투입된 수백명의 인부들은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원래 낡은 ‘불량주택’들로 가득했던 이 지역은 철거작업을 통해 7km²의 넓은 대지로 변해 있었다. 이 일대의 개발에는 해외자본과 민간기업의 투자분을 포함한 194억위안(약 3조원)의 자금이 투입된다.

22일 현장에서 만난 베이징시 발전개혁위원회의 류징성(劉京生) 기획실장은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베이징시 전체를 뜯어고치고 있다”면서 “올림픽이 끝나면 그 이전의 베이징 지도는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질 것”이라고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중국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발판으로 전혀 새로운 발전단계로 올라서는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한국이 88올림픽을 통해 사회와 경제를 중진국으로 ‘업그레이드’시켰던 것처럼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새로운 사회로 진입하겠다는 것이 중국의 ‘올림픽 전략’이다.

▽‘환골탈태’ 꿈꾸는 중국=중국 정부는 2002년 말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2020년까지를 ‘비약적 발전단계’로 규정했다. 또 이 기간에 ‘모든 인민이 먹고살 만한 사회’라는 뜻의 ‘샤오캉(小康)사회’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개혁개방 이후 20여년간 연평균 9%대의 성장을 이룬 데 이어 앞으로 20년간 연평균 7.2%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한다는 것이 이 계획의 뼈대다. 이를 통해 국내총생산(GDP)을 4조달러로 끌어올려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을 건설한다는 것이다.

이 계획에서 베이징올림픽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히 크다. 중국 정부는 올림픽이 샤오캉 사회로 진입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해외투자자들의 높은 관심도 중국 정부의 자신감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22일 오후 베이징시 정부가 베이징호텔에서 주최한 투자설명회에는 제너럴일렉트릭(GE) 바이엘 월마트 보잉 노텔 등 5개 다국적기업 중국지사 부회장들이 참석했다. 베이징시는 공항고속도로, 자동차산업기지, 학교 병원단지, 에너지개발단지, 과학기술단지 등에 외국인이 투자해 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 장샤오위(蔣效愚) 주석은 23일 조직위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외국인은 몇 년 후 새로운 베이징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저가품 생산국에서 기술대국으로=중국은 베이징올림픽과 맞물려 저가품을 쏟아내는 ‘세계의 공장’에서 고품질 상품을 생산하는 기술대국으로 옮아가려는 행보를 서두르고 있다.

중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의 대기업 임직원들도 더 이상 기술력의 우위를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놓고 있다.

삼성그룹 중국법인의 김영진(金永眞) 기획부장은 “이미 중국의 가전제품만 봐도 한국의 상품과 큰 차이가 없는 기술력을 축적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기업들이 언제 고품질, 고가제품 전략으로 전환할지 주시하고 있으며 이 시기는 올림픽과 맞물려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중국 기업들은 연구개발 인력을 늘리며 미국 일본의 세계 1위 기업들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통신설비제조업체인 화웨이(華爲)기술은 직원 2만2000명 중 연구개발 인력이 1만명이 넘는다. ‘백색가전’ 분야에서 세계 최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하이얼은 “GE 월풀과 함께 세계 3대 가전업체가 되겠다”는 목표를 밝히고 있다.

내수침체로 고민하는 한국과 달리 날로 확대되는 소비심리가 중국 기업들에 뒷심을 더해 주고 있다. 올해 중국의 민간소비는 10% 이상, 물가는 3% 이상 상승할 전망이다. 상하이자동차는 내수판매액이 매년 50% 이상 상승하고 있으며 중국의 휴대전화 사용자는 2억7000만명으로 1년반 전에 비해 1억명 이상 증가했다.

▽장애물은 없나=올림픽을 통해 새로운 중국을 건설한다는 중국 정부의 계획에도 여러 가지 난관이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4대 국유은행의 부실채권이 전체 대출의 21%를 넘는 등 금융 부문의 부실, 3배가 넘는 도시와 농촌의 소득격차 등이 중국 고속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올림픽과 맞물려 대규모 개발이 중국 전역에서 진행되면서 치솟아 오른 원자재 가격도 중국으로서는 큰 부담이다. 베이징 CBD지구에 ‘LG트윈타워’를 짓고 있는 LG건설 베이징사무소 조승열(趙勝烈) 과장은 “철골이 이미 올라가 다행이지 조금만 늦었어도 큰 차질을 빚을 뻔했다”면서 “건축자재의 가격이 3개월 사이에 2배 가까이 뛰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KOTRA 베이징대표부 이종일(李鍾一) 관장은 “중국 경제의 부상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면서 “올림픽을 통해 중국이 꾀하고 있는 도약에 한국 기업은 적극적으로 참여해 ‘동반 성장’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상하이=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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