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군중속 알카에다’…英 테러용의자 시민권자로 밝혀져

  • 입력 2004년 3월 31일 18시 01분


겉보기에는 이슬람 전통과 무관해 보이는 서구 사회의 평범한 시민. 그러나 실은 극단적 원리주의에 사로잡힌 테러리스트.

서구 사회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뒤 테러를 노리는 ‘신종(新種) 이슬람 전사’들의 활동이 유럽을 긴장으로 몰고 있다. 영국에서 8명의 이슬람 테러 용의자가 체포되면서 유럽 전역은 언제 어디서 또다시 불어 닥칠지 모르는 내부의 테러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이어지는 테러와의 전쟁=영국 경찰은 지난달 30일 새벽 런던과 런던 인근 지역에서 경찰 700여명을 동원한 기습적인 수색 작전을 펼쳐 이슬람 테러 용의자 8명을 체포했다. 경찰은 아울러 폭탄의 원료가 되는 질산암모늄 500kg도 찾아냈다. 화학비료에 사용되는 질산암모늄은 디젤유와 혼합할 경우 500kg으로 최대 수백명까지 살상할 수 있는 강력한 폭탄으로 바뀐다.

이날 스페인의 앙헬 아체베스 내무장관은 지난달 11일 발생한 마드리드 열차 폭탄 테러의 배후로 알 카에다와 관련이 있는 모로코의 과격 단체 ‘모로코 이슬람전사단(MICG·Moroccan Islamist Combattant Group)’을 거명했다. 아체베스 장관은 “테러 용의자들이 배낭 폭탄을 조립한 것으로 보이는 농가 주택이 발견되면서 수사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로이의 목마’형 테러리스트=영국에서 체포된 테러 용의자는 17세에서 32세의 남성으로 모두 파키스탄계 ‘영국 시민권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용의자의 친척은 이들이 “턱수염도 기르지 않는 보통 영국인들”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들이 실제 테러를 모의했는지와 관계없이 ‘평범한’ 시민이 테러 용의자로 떠오른 데 유럽의 고민이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 폭탄 테러 용의자인 자말 주감도 마드리드에서 전화상을 운영하던 모로코계 이민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이 이민을 통해 서구 사회로 잠입하는 ‘트로이의 목마’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집단은 북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이슬람 종교 단체 ‘타크피르 왈 히지라(속죄와 망명)’의 이념으로 무장한 ‘전사’들. 이들은 수염을 깎아 정체를 숨기고 여자를 조직원으로 포섭하는 등 ‘비밀스러운’ 목적을 위해 기꺼이 코란의 가르침을 멀리한다. 이런 유연성 때문에 테러리스트 색출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독일의 테러 전문가들은 이들을 ‘알 카에다 2.0’으로 표현하며 진보된 형태의 테러리스트로 꼽고 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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