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걸프전 때만 해도 미군이 표적을 확인한 뒤 이를 파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4시간이었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는 45분, 이라크전에서는 11분이 소요됐다. 지난해 4월 7일 B-1B 폭격기가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은신한 곳으로 추정되는 바그다드 외곽의 건물을 폭파하라는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의 명령을 수행하는 데 걸린 시간이 11분이었다.
▽전략 환경 변화를 가져온 신무기=미국의 대규모 해외주둔군 운용체계는 대테러전 수행이라는 전략적 환경변화에 따라 개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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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는 25일 “전력재배치는 해외주둔 미군의 귀향을 가능하게 하는 등 극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이에 발맞춰 핵심 장비들이 신속한 이동을 통해 전 세계에 광범위하게 투입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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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엔 스트라이커(Stryker) 장갑차와 C-17 수송기의 결합이라는 21세기 첨단군사기술의 발달이 자리 잡고 있다. 쉽게 말해 미국 본토에서 분쟁지역으로 미군과 장비를 바로 실어 나를 수 있게 되면서 기존의 주둔지가 필요 없게 된 것이다.
세계 제2차대전의 전쟁영웅 스튜어트 스트라이커와 베트남전에 참전한 로버트 스트라이커의 이름을 따서 만든 이 장갑차는 바퀴가 8개로 시속 62마일(약 106km)의 최고 속도를 낼 수 있다. 현 주력 전차인 M1탱크(무게 67t)와 비슷한 파괴력을 가졌지만, 무기를 장착하고도 19t에 불과할 만큼 기동성을 자랑한다.
유사시 한반도에 투입될 신속배치여단(SBCT)의 주력무기인 스트라이커는 미국 본토에서 C-17, C-5, C-130 등 수송기에 실려 전 세계 어디든 날아간다. C-5는 스트라이커 7대를, C-17은 4대를 싣고 이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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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차세대 대형수송기인 C-17의 경우 이륙에 필요한 활주로의 길이가 914m에 불과하고, 맨땅에서도 이륙한다. 미 육군은 2010년까지는 전 세계 어디든 72시간 안에 스트라이커 여단을 배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 보잉사는 초대형 수송기 펠리컨(Pelican)도 개발 중이다. 날개 길이만 109m에 이르는 펠리컨은 1400t의 화물을 싣고 한번에 1만6000km를 날아가는 초대형 수송기. 펠리컨은 한번에 M1 탱크 17대를 수송하거나, 5일 안에 1개 사단을 배치할 수 있는 수송능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이 펠리컨 개발에만 성공한다면 굳이 동맹국과 마찰을 빚으면서 해외에 주둔할 필요가 없어지는 셈이다.
미국은 여기에 무인항공기(UAV)를 이용한 정보능력을 강화하면서 J-DAM 등 정밀직격폭탄 등을 활용해 새로운 전략 환경에 대응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9·11 테러에 따른 전쟁개념 변화=이 같은 군사기술은 전쟁개념, 특히 9·11테러 이후의 전쟁개념을 송두리째 뒤바꿨다. 냉전시대의 경우 대규모 주둔 병력을 통해 상대방의 공격을 억지(deter)할 수 있었다. 역설적이지만 ‘적의 합리성’에 근거를 둔 전략이었다. 적도 공멸의 두려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러집단에는 그 같은 합리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적의 합리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 선제공격(preemptive strike) 원칙이다. 미국과 소련이라는 두 강대국의 전선을 축으로 형성된 냉전시대의 전쟁예방책이 ‘억지 전략’이라면, 탈냉전 테러리즘 시대의 전략은 선제공격인 셈이다. 미군의 21세기 재배치 전략도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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