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의 팔루자, 저항세력의 중심지로

  • 입력 2004년 4월 1일 16시 14분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서쪽 50㎞ 지점 팔루자에서 31일 저항세력의 공격을 받아 숨진 미국인 4명의 시체를 주민들이 잘라내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팔루자가 반미 저항세력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후세인 정권시절 요직에 등용되는 등 많은 혜택을 받은 팔루자의 수니파 주민들이 미군의 저항세력 색출과정에 반감을 품으면서 미군을 해방군이 아닌 점령군으로 바라보기 때문. 또 이들은 시아파 무슬림의 권력 장악을 두려워하고 있어 6월 30일 이라크 자치정부에 주권을 이양하려는 미국의 이라크 민주화 계획을 어둡게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31일 인터넷판에서 "이번 사건은 미군이 바그다드를 점령한 지난해 4월 9일 시점과 마찬가지로 이 도시가 여전히 혼란의 소용돌이에 처해있음을 시사한다"고 보도했다.

▽팔루자는 '미군의 무덤'=이라크 내 저항세력 본거지로 흔히 바그다드를 기점으로 북부의 티크리트, 사마라, 바그다드 서부의 팔루자를 잇는 '수니 삼각지대(Sunni triangle)'가 꼽힌다.

특히 인구 30만명의 도시 팔루자는 전통적인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의 권력 기반으로 여전히 후세인을 '영도자'로 모시고 외국인을 극단적으로 혐오하는 주민들이 많다. 지난해 4월 미군 제82공정사단이 시위 군중을 향해 발포한 이후 지금까지 미군에 대한 저항이 계속되고 있다. '팔루자는 미군의 무덤' '미군의 추종 세력은 전부 죽인다' '미군의 앞잡이들은 각오하라'는 격문이 나붙을 정도. 지금까지 50여명의 미군이 이곳에서 숨졌다. 미군은 앙갚음으로 도시 전체를 거의 폐허로 만들었다.

▽소말리아 악몽 떠올라=팔루자에서 미국인 사체가 훼손되는 장면이 방영되자 미국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또 1993년 10월 소말리아 모가디슈에서 주민들이 미군 병사의 시신을 끌고 다닌 사건 이후 결국 미군 철수로 이어진 악몽을 다시 떠올렸다.

캔사스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데이비드 로저씨(57)는 1일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이건 마치 모가디슈를 보는 것처럼 끔직한 일"이라면서 "이라크 내 상황이 더 악화될 것 같아 두렵다"고 말했다.

스콧 매클렐런 미 백악관 대변인은 "6월 30일로 예정된 이라크 정부로의 권력이양을 방해하기 위한 후세인 정권 잔당들에 의한 잔혹한 살인행위"라고 비난했다.

▽사지 잘라 차에 매달아=민간도급업자로 밝혀진 희생자 4명은 사업차 팔루자 미군 부대에 들렸다가 바그다드로 가던 중 복면을 한 게릴라들의 수류탄 공격을 받았다. 차량이 불타자 팔루자 주민들이 삽자루를 들고 달려와 불에 탄 시신을 마구 때리고 사지를 잘라냈다. 이어 주민들은 한 시신을 끈으로 차량에 매달아 거리를 달렸으며 검게 탄 시신 2구는 다리에 거꾸로 매달았다. 흥분한 시민들은 해골이 그려진 깃발을 들고 "팔루자는 미국인들의 무덤"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한편 이날 바그다드 북서쪽 20㎞ 지점인 말라마에서도 미군 탑승 차량이 폭탄공격을 받아 미군 5명이 즉사했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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