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서 공연 중인 '난타'.
지난달 30일 막이 오른 ‘요리사의 극장(Chef’s Theater)’은 실제 유명 요리사들이 출연해 요리하고 가수는 노래하고 댄서는 춤추며 관객은 먹는 방식의 대형 버라이어티 쇼.
반면 공연 중인 ‘나의 부엌 전쟁(My Kitchen Wars)’은 여배우 도로시 리만이 요리책 작가의 삶을 연기하는 1인극 무대다. 그는 랍스터 아보카드 샐러드 크림수프 등을 만들며 섹스와 배신, 결혼과 가족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지난달 7일 브로드웨이에 전용극장을 마련하고 무기한 공연을 시작한 한국 퍼포먼스 ‘난타(영문제목 Cookin')’도 ‘요리 연극’의 붐을 지피는 데 일조했다.
최근 막을 내린 ‘귀신과 함께 디너를(Dinner with Demons)’은 배우이자 극작가이며 뉴욕타임스 매거진의 음식평론가이기도 한 조너선 레널즈가 직접 대본을 쓰고 출연하는 1인극 무대였다. 그는 90분 동안 칠면조 구이와 야채 조림, 팬케이크와 수플레 등을 무대에서 만들며 자신의 지나온 인생과 로맨스를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인기를 끌었다.
또한 배우 에드 슈미트가 자신의 아파트에 10명 남짓한 관객을 불러 저녁과 와인을 제공하는 기상천외한 연극 ‘최후의 만찬(The Last Supper)’이 있었고 ‘뒤죽박죽 파티(Omnium Gatherum)’ ‘요리사(The Cook)’도 요리 열풍에 일조한 연극들.
요리를 소재로 한 연극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1960년대에도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소재로 한 연극 ‘부엌(The Kitchen)’이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처럼 ‘요리 연극’이 줄을 잇는 것은 전례 없는 일.
‘요리사의 극장’ 프로듀서 가운데 한 명인 마틴 벨은 “요리사들은 이제 차세대 록스타가 될 것이다. 요리사들은 기타 대신 스토브를 연주하는 연주자”라고 논평했다. 잇따른 ‘요리 연극’붐은 요리가 스포츠나 음악처럼 엔터테인먼트로 자리 잡아가는 추세의 일부라는 것.
그는 ‘요리사의 극장’이 관객에게 줄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의 요점에 대해 “TV에서는 위대한 요리사들이 음식을 준비하는 것을 ‘볼 수만’ 있고, 식당에서는 그들이 만든 요리를 ‘맛볼 수만’ 있지만 극장에서는 둘 다 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 연극에서는 관객들을 라운드 테이블 주변에 앉히고 요리사가 공연하는 동안 클럽의 부엌에서 똑같은 음식을 만들어 막간에 관객들에게 제공한다.
자신의 집에서 저녁 식사를 제공하는 연극 ‘최후의 만찬’의 뉴욕 공연을 끝낸 뒤 미국 순회공연을 계획 중인 슈미트는 “사람들이 요리를 오락으로 생각하는 것에 놀랐다”면서 “요리는 무언가를 만들어서 건네는 종류의 일이라는 점에서 (드라마를 만들어 관객에게 건네는) 연극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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