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주말시대]세계의 시장/패션이 숨쉬는 파리 쇼핑가

  • 입력 2004년 4월 1일 17시 27분


세계적인 명품브랜드들이 집결한 파리 패션거리(위)와 갤러리 라파이예트 백화점이 위치한 오스망거리.사진제공 월드콤
세계적인 명품브랜드들이 집결한 파리 패션거리(위)와 갤러리 라파이예트 백화점이 위치한 오스망거리.사진제공 월드콤
《‘시장에 가면 그 나라 문화가 보인다.’ 여행지에서는 꼭 쇼핑을 하지 않더라도 그 나라의 대표적인 시장은 가보게 마련이다. 그곳에는 그 지역 특산물뿐 아니라 독특한 거리표정이나 다양한 삶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된 각국 풍물시장이나 쇼핑가를 관광정보와 함께 매주 소개한다.》

세계패션의 중심지는 어디일까? 밀라노 뉴욕 도쿄(東京) 같은 세계적인 대도시가 있지만 그래도 제일 먼저 꼽히는 것은 역시 프랑스 파리이다.

오랜 역사의 맞춤복 컬렉션 오트쿠튀르와 기성복 컬렉션 프레타포르테 쇼가 수시로 열리며 끊임없이 새로운 디자인과 트렌드를 탄생시키는 곳, 파리지앵들의 화려하고도 세련된 스트리트 패션을 구경할 수 있는 곳도 바로 파리이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명품가인 샹젤리제, 몽테뉴, 포브르생토노레 거리를 가본다.

○ 패션가의 시작 - 샹젤리제 거리

파리는 일방통행로가 많은 전형적인 방사선형 도시다. 파리의 대표적인 패션가인 샹젤리제 거리는 개선문에서 콩코드 광장에 이르는 약 2km 구간의 거리다. 이곳에는 화려하고 매력적인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고급상점들과 은행, 오피스, 카페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찰스 주르당, 겔랑, 장 프랑코 페레, 발리, 이브 생로랑 매장과 르노 자동차 전시장 등이 눈에 띈다. 물론 옷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값비싼 맞춤복에서 저렴한 기성복까지 다양하다.

거리 곳곳엔 시선을 끄는 노천카페와 기념품점, 음반매장 등이 있어서 윈도 쇼핑만으로도 하루가 짧다. 세계 각국의 우표들을 전시한 우표시장, 파리 최고의 레코드점인 버진 메가숍 등은 패션 이외의 새로운 즐거움을 준다. 밤에는 멋지게 차려입고 리도쇼 극장에서 나이트 관광을 즐겨도 좋다. 파리의 밤이 아름다운 이유를 생생히 깨달을 수 있다.

샹젤리제 거리는 파리 패션 스트리트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개선문에서 시작해 왼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최고급 브랜드들의 로드숍이 즐비한 포브르생토노레 거리를 통해 갤러리 라파예트와 프렝탕 등 프랑스 대표 백화점들이 포진한 오스망거리까지 이어진다.

또 샹젤리제 거리 끝 무렵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크리스티앙 디오르와 니나리치 등 유명 브랜드들의 본사와 매장이 함께 늘어선 몽테뉴 거리와 만나게 된다.

○ 명품 브랜드의 메카-몽테뉴 거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몽테뉴 거리로 방향을 꺾으면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옷차림이 극히 세련되고 각 상점 앞에는 롤스로이스, 벤츠, 람보르기니, 페라리 등이 즐비해 고급차들의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이 거리의 일상적인 풍경이다.

상점 안에 들어서면 잘 훈련된 종업원들이 따뜻한 미소로 맞는다. 손님이 부르기 전에는 방해받지 않고 물건들을 감상할 수 있다. 다만 카메라나 스케치 도구를 들고는 절대로 입장할 수 없다. 디자인 도용을 막기 위해서다. 관광객이라도 기념촬영을 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샹젤리제 거리에서 꺾어 들어가면 2, 3층의 흰색 건물로 된 고급 부티크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초입에 있는 크리스티앙 디오르는 고급 부티크 중에서도 눈에 띄는 대형 상점. 여기서부터 20m가량 늘어선 상점들이 모두 디오르 제품을 취급한다. 남성복, 여성복, 아동복, 속옷류까지 테마별 부티크들이 화려한 디스플레이로 서로 경쟁하고 있는 듯하다.

여성적인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니나리치는 상점 외부 장식이 온통 핑크빛과 주홍빛으로 돼있다. 거리 끝에 다다르면 웅가로 본점이 왼편에 위치해 있는데 ‘색채의 마술사’란 별명답게 형형색색의 남녀 의류가 전시, 판매되고 있다. 시선을 붙잡는 상점들이 워낙 많아서 한꺼번에 두 스텝을 옮길 수 없다는 말이 몽테뉴의 매력을 잘 설명해준다.

○ 브랜드의 완결편-포브르생토노레 거리

샹젤리제 거리 위쪽으로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 이 거리는 엘리제궁에서 시작된다. 파리에서도 가장 고급스러운 부티크들이 총집결된 곳이다. 의상 디자인은 물론 실내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가히 환성을 지를 만큼 화려하고 럭셔리한 디스플레이가 압권이다.

1920년대에 등장한 코코샤넬을 선두로 에르메스, 랑방, 구치, 피에르 발망, 랑콤 등 고급 상점들이 줄을 잇고 있다. 철마다 패션쇼가 열릴 때면 아랍의 부호들과 세계 각국의 유명인사들은 이 거리로 몰려든다.

‘모드의 왕자’란 별칭을 갖고 있는 디자이너 이브 생로랑, 디자인은 물론 최근 레스토랑으로도 명성을 얻고 있는 피에르 가르뎅, 스포츠웨어로 유명한 쿠레주 등이 어깨를 겨루고 있다.

이 거리 끝에는 영국의 헤롯백화점과 함께 세계 매출실적 1위를 다투는 갤러리 라파예트를 비롯한 유명 백화점들이 포진한 오스망 거리가 나온다.

앞의 쇼핑거리들이 개성적인 인테리어와 수제품의 멋스러움을 뽐낸다면 이 거리에선 전 세계의 모든 브랜드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 ‘브랜드의 완결편’을 보는 듯하다. 이곳이 세일에 들어가면 가까운 영국은 물론 다른 유럽국가에서도 쇼핑을 하기 위해 들른다는 말이 실감난다.

세계적인 명품브랜드들이 집결한 파리 패션거리(위)와 갤러리 라파이예트 백화점이 위치한 오스망거리.

○ 보석거리-방돔광장

파리 패션가에서 너무나 많은 상점들, 그리고 화려한 쇼윈도에 가슴이 설♬다면 방돔광장으로 걸음을 옮겨 세계적인 주얼리 숍들을 둘러보자. 패션의 완성이 보석이라고 한다면 이곳은 패션의 완성지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런칭한 카르티에, 쇼메는 물론 왕가의 보석상이란 이름의 살롱 주얼리숍들이 즐비하다. 상점마다 경호원들이 입구를 지키고, 광장 한쪽 리츠호텔에서 나온 사람들이 자유롭게 거닐며 쇼핑을 즐기는 모습은 어쩐지 현실의 풍경 같지 않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만약 단 며칠간의 일탈만으로 이 세상 화려함의 극치를 엿보고 싶다면 파리는 딱 맞는 장소이다.

왜 여성들이 파리라는 이름만 들어도 그렇게 흥분하는가. 그것은 도시 자체가 주는 매력 외에도 이처럼 화려한 또 다른 세계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이정현 여행칼럼니스트 nolja@worldpr.co.kr

▽부티크 영업시간=대개 오전 10시∼오후 7시. 점심시간 전후로 1∼2시간 문을 닫는 곳도 있다. 일요일, 공휴일은 휴무.

▽부가세 환불 제도=한 매장에서 175유로 이상 구입하면 12%에 해당하는 부가세를 환불받을 수 있다. 정기 세일 기간에도 적용된다.

▽파리의 패션쇼=1월과 7월에 수십 가지 패션쇼가 다양하게 열린다. 의류 박람회나텍스타일 박람회도 자주 열린다. 갤러리 라파예트, 프렝탕, 사마리탄 등 백화점들이 매주 개최하는 정기 패션쇼는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세일 정보=6월 초(2주간)와 1월 초(3주간), 1년에 두 차례씩 세일을 한다. 파리 근교의 명품 브랜드 상설 아웃렛 매장에서는 연중 세일을 실시한다.

▽문의=프랑스 관광부 한국사무소

(02-776-9142, www.franceguid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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