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TV 방송들은 이날 저녁 뉴스를 통해 ‘공포의 날’ ‘소름 끼치는 공격’ ‘이라크 살육’ 등의 제목으로 보도했으며 이를 본 미국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번 사건은 이라크전쟁이 시작된 이후 이라크에서 표출된 반미감정 가운데 가장 잔혹한 사례로 남았다.
▽사지 잘라 차에 매달아=희생자 4명은 모두 미국 국적의 안전컨설팅 회사 직원들. 이들은 사업차 팔루자의 미군부대에 들렀다가 차량 2대에 나눠 타고 팔루자 시내를 지나다 무장 게릴라의 수류탄 공격을 받았다.
잠시 후 차량이 불타자 팔루자 주민들이 달려 나와 불탄 시신을 때리고 사지를 잘라냈다. 이들은 시신을 차량에 매단 채 달렸으며 검게 탄 다른 시신 2구를 절단해 티그리스강 다리 교각에 매달았다. 주민들은 해골이 그려진 깃발을 들고 “팔루자는 미국인들의 무덤”이라고 외쳤다.
▽소말리아 악몽 떠올려=CNN 등 TV 방송들은 시신이 훼손되는 장면이 너무 끔찍해 비교적 ‘덜 잔인한’ 영상만 내보냈다. 반면 언론사 인터넷 사이트들은 동영상과 사진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역겨운 장면이 포함돼 있으니 주의하라’는 경고 메시지를 내보냈다.
많은 미국인은 1993년 10월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주민들이 미군 병사의 시신을 자동차에 매단 채 끌고 다닌 악몽을 떠올렸다고 뉴욕타임스는 1일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에 대한 저항의 폭력성과 잔인성이 새로운 수준에 들어섰음을 예고한다고 분석했다.
스콧 매클렐런 미 백악관 대변인은 “6월 30일로 예정된 이라크 정부로의 권력 이양을 방해하기 위해 사담 후세인 잔당들이 저지른 잔혹한 살인행위”라고 비난했다.
이 사건으로 미군이 이라크에서 철군할 가능성은 없지만 전후 미군의 치안유지 노력의 성과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이라크 평화정착에 대한) 낙관론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고 지적했다.
또 대선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악재가 될 수도 있지만 미국인이 무참히 짓밟힌 모습이 애국심을 자극해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어 속단하기 어렵다.
▽‘미군의 무덤’ 팔루자=바그다드를 기점으로 티크리트, 사마라, 팔루자를 잇는 ‘수니 삼각지대 중에서도 팔루자는 저항세력의 공격이 가장 빈번한 곳이다. 주민 대부분이 후세인 정권 시절 특권층에 속했던 바트당 당원으로 아직도 후세인을 ‘영도자’로 생각하면서 미군에 대해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군 추종세력은 전부 죽인다’ ‘미군 앞잡이들은 각오하라’는 등의 격문이 길거리에 나붙어 있을 정도. 거의 매일 사상자가 발생하자 미군은 지난해 7월 병력을 외곽으로 빼 팔루자 도심은 무법지대나 다름없는 상태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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