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리투아니아 헌재는 “팍사스 대통령이 자신에게 대선자금을 준 러시아 기업인에게 시민권을 주고 그에 대한 수사 착수 사실을 미리 알려주는 등 불법한 일을 저질렀다”고 판정했다.
이에 따라 의회는 이르면 다음 주 중 탄핵 표결에 들어갈 예정이다. 141명의 의원 중 86명 이상이 찬성하면 팍사스 대통령은 물러나야 한다. 그동안 팍사스 대통령이 의회와 대립해왔기 때문에 가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팍사스 대통령은 “탄핵안 가결로 사임해도 다시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전국을 돌며 “나에 대한 탄핵안은 정치쇼”라며 여론에 호소하고 있다. 수도 빌뉴스에서는 대통령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시위와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연초 팍사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15% 정도였으나 지난달 탄핵이 본격화된 후 오히려 30%대까지 높아졌다. 팍사스 대통령은 여론몰이를 통해 대중적 인기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마추어 조종사인 팍사스 대통령은 빌뉴스 상공을 직접 비행하며 선거운동을 하는 등 ‘튀는 언동’으로 유명하지만 복잡한 현안을 단순하고 명쾌하게 표현하는 대중연설에 능하다. 그는 의회 내 지지기반이 없는데도 ‘변화와 젊음’을 앞세워 빈곤층의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발트해 연안국으로 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한 리투아니아는 최근 경제가 급성장해 지난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했고 다음 달에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이 될 예정이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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