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엔高 진퇴양난…美와 마찰 vs 수출 먹구름

  • 입력 2004년 4월 1일 19시 03분


일본 정부가 대규모 외환시장 개입에도 불구하고 엔화가 연일 강세를 보이자 진퇴양난에 처했다.

개입을 포기하자니 엔화가치가 더 올라 수출주도형 경기회복에 차질이 빚어지지나 않을까 걱정이고 개입을 계속하자니 미국과의 통상마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달 31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장중 한때 달러당 103.80엔까지 치솟은 엔화는 1일 도쿄시장에서 단기급등에 따른 경계감이 작용해 전날보다 0.18엔 하락한 104.12엔으로 마감됐다. 엔화가 103엔대에서 거래된 것은 2000년 4월 이후 3년11개월 만에 처음이다.

엔화가치는 일본 정부의 시장개입에 힘입어 지난달 8일 달러당 112엔대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개입 강도가 약해지면서 빠른 속도로 재상승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미국과 유럽의 기관투자가들이 엔화 매입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존 스노 미 재무장관이 기회 있을 때마다 일본 정부의 시장개입을 강도 높게 비판한 것도 엔화 강세를 부추겼다.

일본 외환당국이 엔화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 2003회계연도(2003년 4월∼2004년 3월) 중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인 개입액은 32조8700억엔. 지금까지 사상 최대였던 1999년 개입액(8조6291억엔)의 3.8배에 이른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엔화가 15엔 이상 절상되자 일본 정부는 ‘헛돈을 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외환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11월 대통령선거를 앞둔 미 행정부의 눈치를 봐야 할 처지여서 달러당 100엔이 깨질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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