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석유는 산유국에 언제나 축복일까.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의 연구 결과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산유국은 스스로 경제를 성장시키려는 노력이 부족하고 부패와 내분이 심하다는 것. 석유로 인한 국가간 분쟁도 적지 않다.
▽검은 대륙의 눈물=지난달 초 아프리카 남부 짐바브웨는 65명의 용병이 탑승한 보잉727 화물수송기를 억류했다. 무기를 싣기 위해 짐바브웨에 들렀다가 체포된 용병들은 서부 아프리카의 소국 적도기니로 향하던 쿠데타 세력이었다. 적도기니의 전 야당 당수 세보로 모토가 ‘다국적 사업자’를 규합해 쿠데타를 기도하다가 발각된 것이다. 쿠데타의 목적은 하루 35만배럴 이상 생산되는 적도기니의 석유 이권이었다.
주요 산유국 2003년 1일 평균 석유 생산량 (단위:1000배럴) | ||
국가 | 생산량 | 점유율 (%) |
사우디아라비아 | 8,412 | 27.71 |
이란 | 3,732 | 12.29 |
쿠웨이트 | 1,830 | 6.03 |
이라크 | 1,335 | 4.40 |
베네수엘라 | 2,277 | 7.50 |
아랍에미리트 | 2,239 | 7.38 |
나이지리아 | 2,171 | 7.15 |
리비아 | 1,438 | 4.74 |
알제리 | 1,138 | 3.75 |
인도네시아 | 1,025 | 3.38 |
자료:한국석유공사 |
석유로 인한 정정불안과 사회혼란은 서부 아프리카에서는 흔한 일이다. 모리타니에서는 지난해 6월 유혈 쿠데타가 발생했다. 이웃 상투메프린시페 정부도 지난해 ‘석유가 목적’이라고 밝힌 반란군의 공격을 받았다. 콩고민주공화국과 수단의 내전도 석유를 둘러싼 이권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와 앙골라는 석유 수출대금 상당액을 정부 고위층이 착복해 국민 대다수는 빈곤에 찌든 생활을 하고 있다.
▽석유로 인한 영토분쟁=일본 중의원은 최근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의 영유권을 초당적으로 결의했다. 중국은 즉각 “불법이며 무효”라고 주장했다. ‘평범한 돌섬’을 둘러싼 양측의 샅바싸움도 석유 때문이다. 1970년대 이 섬 주변 대륙붕에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중국과 대만이 영유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중국 대만 베트남의 난사(南沙·스프래틀리)군도를 둘러싼 긴장의 이면에도 석유가 있다. 난사군도는 석유와 천연가스가 풍부해 이들 3국 외에도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이 영유권을 주장해 왔다.
▽끊이지 않는 전쟁과 갈등, 이라크=제2차 세계대전 이후 풍부한 석유를 둘러싼 열강의 경쟁 때문에 이라크는 ‘화약고’가 됐다. 중동의 석유는 ‘축복이자 저주’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 미국의 이라크전쟁도 석유 때문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세계 석유의 6%가 매장돼 있는 이라크 키르쿠크 지역은 쿠르드족이 연고권을 주장하면서 이라크 내 종족분쟁의 원인이 되고 있다. 터키가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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