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경제 이야기]박원재/활기 되찾은 日기업 입사행사

  • 입력 2004년 4월 5일 18시 21분


일본의 대기업은 매년 4월 1일 입사식을 갖는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신입사원들이 말쑥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각오를 다지는 자리다.

경기회복의 훈풍 덕택에 올해 입사식 분위기는 밝았다. 닛산자동차가 창사 후 가장 많은 1000여명의 신입사원을 뽑은 것을 비롯해 상당수 기업들이 1990년대 초의 거품 붕괴 후 처음으로 채용 규모를 늘렸다.

하지만 최고경영자(CEO)의 당부에서 ‘덕담성 멘트’는 찾기 힘들었다. 불황의 시련이 혹독했던 탓인지 ‘성과에 자만하지 말고 더욱 긴장하자’는 경계성 주문이 줄을 이었다.

도요타자동차의 조 후지오(張富士夫) 사장은 “한순간 마음을 놓으면 기업의 존속까지 위험해지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디지털TV의 호조로 3년 만에 흑자 전환이 확실시되는 마쓰시타전기의 나카무라 구니오(中村邦夫) 사장도 “궁지에서 벗어났지만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며 새내기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샤프의 마치다 가쓰히코(町田勝彦) 사장은 “기술혁신의 속도가 워낙 빨라 하룻밤 사이에 승자와 패자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자기 연마에 힘쓸 것을 당부하는 CEO도 많았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지식 못지않게 체력과 정신력도 중요하다”(산요전기 사장) “어느 회사에 가도 환영받을 수 있도록 ‘시장가치가 높은 인재’가 돼라”(유니시스 사장) “신문을 1면부터 찬찬히 읽어라. 세계, 사회, 우주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 수 있다”(미즈노 사장)

산요전기의 입사식에선 신입사원 250명 중 시험 성적이 뛰어나 ‘CEO 예비군’으로 선발된 10명의 면면이 주목을 끌었다. 이들은 경영기획 해외마케팅 등 핵심 업무에 투입돼 ‘40대 CEO’가 되기 위한 경영자 수업을 받는다. 연공서열 전통이 강한 일본 기업들도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실적 개선에 고무된 기업들은 내년에 채용인원을 더 늘릴 것이라고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입사식장을 나서는 신입사원들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넘친다. 경기회복의 최대 수혜자는 역시 취업전선에 나선 젊은 세대다.

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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