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전쟁 프로그램 9·11때 첫 가동

  • 입력 2004년 4월 8일 14시 12분


핵전쟁이 벌어진 경우에도 미국 연방 정부가 계속 기능하도록 하는 '아마겟돈(세계 종말의 날 대결전) 프로그램'이 2001년 '9·11 테러'때 처음으로 실제 가동됐었다고 ABC TV가 7일 전했다.

이날 ABC 방송의 '나이트라인' 프로에서 리처드 클라크 전 백악관 테러담당 보좌관은 앵커 톰 코펠과의 대화에서 "11일 아침 모든 연방기관에 워싱턴 밖에 비밀리에 마련해놓은 대체 본부를 가동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그는 또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하지 않고 네브래스카로 날아간 것도 이 비상계획의 일환이었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장관은 '9·11' 때 폴 울포위츠 부장관에게 워싱턴 밖의 비밀장소로 이동하도록 명령했고 딕 체니 부통령과 헌법상 대통령 승계 서열 2위인 데니스 해스터트 하원의장 역시 비밀장소로 옮겼으며, 앤 베네만 농무장관과 게일 노턴 내무장관을 비롯한 일부 각료도 비상 근무지로 이동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클라크 보좌관은 미 정부가 지난 20년간 이 비상 계획을 위한 정례훈련을 실시해왔으며, 자신도 그때마다 오지의 산악에 뚫어 놓은 동굴로 들어가 온 세상이 핵전쟁으로 날아 가버린 것처럼 상황을 설정하고 바깥에 나가지도 않고 통신연락도 하지 않은채 며칠간 열악한 환경속에서 생활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 프로에서 앵커 코펠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때 추진돼 '정부의 지속'이라는 이름이 붙은 아마겟돈 프로그램에 따라 미국이 핵공격을 받을 경우 각각 50명의 연방공무원으로 구성된 3개팀이 다른 장소로 보내진다고 설명했다. 각 팀에는 대통령직을 승계할 준비가 돼있는 각료가 1명씩 포함돼있다는 것.

ABC 방송은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인 제임스 만의 책 내용을 인용해 1980년대 딕 체니 부통령(당시 하원의원)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당시 제약회사 GD썰 사장)이 비상계획 수립에 깊숙이 참여한데 이어 '9·11'때 이 계획을 가동한 셈이 됐다고 소개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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