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참배 위헌' 판결에도 논란 계속

  • 입력 2004년 4월 8일 15시 19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에 대해 위헌 판결이 나온 뒤 8일 일본 언론매체는 참배 중지, 참배으로 갈려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논란을 부른 당사자인 고이즈미 총리는 야스쿠니신사에서 제2차 세계대전 전범을 분사하자는 안을 논의하는 것조차 기피함으로써 참배 논란이 종결될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그간 야스쿠니신사 참배 성격이 공적인지, 사적인지 밝히지 않은 채 애매한 태도로 일관해 왔다. 그러다 7일 '명백한 공적 참배로 위헌'이란 판결이 나오자 서둘러 "사적 참배"였다고 발뺌을 함으로써 그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음을 드러내주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그는 7일 위헌 판결 직후 기자회견 도중 무려 16번이나 "왜 위헌인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는 또 "다른 신사에 가는 것은 왜 문제 삼지 않느냐"고 대꾸해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참배가 갖는 의미를 철저히 외면했다.

또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밤 자민당 인사들과 모임에서 전범을 야스쿠니에서 분사하는 방안도 검토하자는 의견이 나왔으나 묵묵부답이었다. 그는 2월 야스쿠니에 전범이 합사된 것에 대해 "아무 저항감이 없다"고 말해 분사 반대 의견을 드러낸 바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8일 사설을 통해 유사한 소송을 다루며 그간 사법부가 위헌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던 것을 '헌법 수호자의 책임을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이번 위헌 결정을 내린 재판부의 용기를 평가했다.

반면 신사 참배를 지지해온 요미우리신문은 법조 관계자의 말이라면서 "대법원 판례라면 몰라도 지법의 판례가 영향을 줄 수는 없다"면서 "이번 판결은 손해배상청구 본건과 관련 없는 재판장의 의견, 극단적으로 말해 재판장의 혼잣말"이라고 폄훼했다.

종교색이 없는 국립 추모시설 건립 등 대안도 거론됐지만 지난해 여권이 반대 여론 등을 들어 '시기상조'라고 결론지은 바 있어 특별한 진전을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한편 고이즈미 총리는 8일자 이메일 뉴스레터를 통해 "앞으로 2년 이를 악물고 개혁을 해나가야 한다"면서 "개혁 임무가 끝나면 총리 자리에서 해방되고 싶다"고 언급, 자민당 총재 임기가 끝나는 2006년 9월경 퇴임할 뜻을 비쳤다.

그는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 공명 집권여당이 참패하면 자민당 총재 임기 만료 전에 당 총재와 총리직에서 물러날 가능성도 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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