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앞바다에 침몰된 옛 중국 무역선에서 발견된 유물들. 동아일보 자료사진
바다에 침몰된 옛 중국 무역선만을 전문적으로 노리는 해저 유물 사냥꾼들이 극성이다. 수많은 국보급 유물들이 이들의 손을 통해 해외 각지의 골동품 경매시장으로 팔려나가고 있는 것. 중국은 이를 막기 위해 탐사선을 띄우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예산 부족 등으로 사실상 두 손을 놓다시피한 실정이다.
지난달 1일 호주 멜버른의 한 경매장에 전 세계 골동품 상인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명(明) 말 만력제(萬曆帝·1572∼1620) 때 제조된 1700여점의 국보급 중국 도자기들이 한꺼번에 경매에 나왔기 때문이었다. 팔려나간 도자기만 수십억원대였다. 이들은 몇 년 전 베트남 인근 남중국해에 침몰된 고대 중국 무역선에서 건져 올린 것들이었다.
1999년 한 영국인 유물 사냥꾼은 남중국해에 가라앉은 중국 무역선에서 무려 40여만점이나 되는 도자기들을 인양해 내다 팔았다. 그 과정에서 값비싼 것만 골라내고 보통 자기와 그릇 60여만점은 부숴버리기도 했다. 그는 또 1985년 청(淸) 건륭제(乾隆帝) 때 침몰된 무역선에서 25만점의 도자기와 금은 보물들을 인양했다. 이 영국인은 그동안 수천만∼수억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한 미국 퇴역 군인이 비밀리에 남중국해에서 1만여점의 중국 도자기들을 인양한 뒤 자기 나라로 달아나기도 했다.
고고학자들은 전 세계 바다 속에 약 300만척의 선박들이 침몰돼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중국국가박물관 해저고고연구센터의 장웨이(張威) 주임은 “지중해, 유럽∼북미, 중국∼동남아, 중국∼일본 항로 등 고대 해상교통이 발달했던 해역에 무역선들이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해저고고연구센터는 남중국해에 침몰된 중국 상선만 해도 최소한 2000척이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남중국해에서 해저 유물 사냥꾼들이 기승을 부리는 것도 이 중 한 척만 건져 올려도 평생 먹고 살수 있는 거액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해저 유물은 발견하는 사람이 임자인가. 중국 국가문물국 정책법규처의 허쉬중(何戌中) 처장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의 국가들은 자국 영해 내의 모든 해저 유물에 대해 관할권을 갖는다고 법으로 명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해저 문물 보호관리 조례’는 중국 영해뿐 아니라 중국 법률이 관할하는 다른 해역의 중국 및 외국 문물에 대해서도 관할권을 갖도록 하고 있다. 또 다른 나라 영해 이외의 다른 해역과 공해의 중국 문물도 모두 중국이 주인으로서의 권리를 갖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법에 밝은 해저 유물 사냥꾼들은 법적 허점을 교묘히 파고든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자국 영해의 해저 유물을 인양할 능력이 없는 동남아 국가들로부터 해저 유물 인양 허가권을 얻은 뒤 건져 올린 유물은 계약에 따라 공동 분배한다. 또 이들 국가의 인양 허가증을 앞세워 몰래 중국 영해로 들어와 해저 유물을 약탈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중국은 최근 관련법을 정비해 해저 유물 보호 위반자는 엄격한 법적 제재를 가하도록 하고 불법 인양 유물은 몰수하도록 했다. 그러나 문제는 돈과 기술. 고고학자들에 따르면 탐사 인양 전문 선박을 임대하는 데에만 하루 10만위안(약 1400만원) 이상이 든다.
장웨이 주임은 “해저 유물 사냥꾼들은 값이 나가는 물건만 건져 올릴 뿐 나머지는 파괴해 버린다”면서 “해저 유물의 유실과 도난을 막기 위해 하루빨리 국제 협력과 감시 활동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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