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軍 “日을 아시아 허브 기지로”…체니 10일 訪日

  • 입력 2004년 4월 8일 18시 01분


미국은 육군사령부의 기능 일부를 일본으로 옮기고 주일미군과 일본 자위대가 기지를 공동 사용토록 할 계획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8일 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의 주일미군 강화 방침은 한반도와 중동 지역의 불안정한 정세에 대비해 일본을 아시아의 핵심 기지로 격상시킨다는 구상에 따른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군 기지의 공동 사용을 통해 미군과 자위대간에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중동과 동남아시아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주일 미군사령부’의 판단에 따라 즉각 병력을 투입하는 체제를 갖춘다는 것.

딕 체니 미 부통령은 10일 일본을 방문해 이런 내용의 주일미군 재편안을 일본 정부에 전달한 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 상반기 중 정식 제안할 것이라고 일본 언론은 보도했다.

주일미군 재편안의 골자는 △미군과 자위대의 기지 공동 사용 확대 △미 육군사령부 기능의 주일미군 이관 △1996년 합의된 미군기지 축소 계획 전면 재검토 등이다.

미국은 특히 아시아 곳곳의 상황 변화에 맞춰 미군을 분쟁지역에 신속히 투입하는데 필요하다는 이유로 미 육군 제1군단 사령부의 일본 이전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미일 양국은 미군과 자위대가 같은 기지를 쓰면 의사소통은 물론 부대의 공동 운영과 합동작전까지 가능해지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일본 정부는 미군기지 이전 계획 수정에 대해서는 주민 반발 등을 이유로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안보전문가들은 “주일미군의 역할이 일본 방위와 동아시아 일대의 유사사태 대비에서 중동까지 포괄하는 미군의 허브기지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는 유사시 자위대가 미군에 탄약 등을 제공하고 미군기지 건설을 위해 토지와 가옥의 수용도 가능케 하는 미군지원법안을 최근 국회에 제출했다.

일본 언론은 냉전 종식 후 최대 규모가 될 주일미군 재편으로 일본에 주둔하는 미군 수는 약간 줄어들겠지만 미군과 자위대의 역할 분담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