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루자 "목숨 붙어 있을때까지 성전" 反美 함성

  • 입력 2004년 4월 8일 18시 48분


“아들과 형제를 잃은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미군과 싸우겠다고 한다. 이것이 팔루자 주민들의 한결같은 의지다.”

바그다드 직장으로 출근했다 미군의 봉쇄조치로 귀가하지 못하고 있는 팔루자 주민 알리 무하마드 압둘라(25)는 8일 미군에 대해 강한 적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미군의 공격으로 사흘 동안 어린이만 10∼30명이 죽었으며 전체 사망자는 100명이 넘는다고 들었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미군이 팔루자 도시 전체를 포위하고 출입을 완전 통제한 지 8일로 사흘째. F-16 전투기까지 동원된 미군의 공격으로 팔루자 주민의 인명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7일 하루에만 적어도 45명이 숨지고 90명이 다쳤다. 차에 타고 있다가 사원 옆 주차장에 폭탄이 떨어져 가족이 몰살당하는 비극도 빚어졌다.

▽커져가는 반미 감정=알자지라 TV는 팔루자 거리 곳곳에 널려있는 어린이 시신을 보여줬다. 미군 전투기가 지나갈 때마다 주민들은 바닥에 엎드려 얼굴을 땅에 묻는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길거리에는 며칠 동안 집에서 나오지 말 것을 요구하는 미군의 유인물과 대미 항전을 촉구하는 이슬람무장단체 ‘지하드 여단’의 전단이 함께 나뒹굴고 있다. 농사를 짓는 주민들이 주로 사는 도시 팔루자는 폐허로 변해가고 있으며 주민들의 반미감정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특히 미군이 코브라 헬기의 미사일과 레이저 유도 정밀폭탄을 동원해 압둘 라지즈 알사마리아 사원을 공습한 뒤 반미감정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이슬람 신도들에게 목숨보다 소중한 사원을 공격한데다 이번 공습으로 40명의 저항세력이 사망했다는 미군의 당초 발표와 달리 미군이 진입했을 때 저항세력이 한 명도 발견되지 않은 것도 주민들을 자극했다.

팔루자 시내 모든 사원들은 미군을 비롯한 점령군에 대한 ‘지하드(성전)’를 선포했다.

▽고립된 도시 팔루자=미군에 의해 모든 길이 막힌 팔루자는 외부와 완전 단절됐다. 외곽 종합병원으로 가는 도로가 폐쇄되면서 중환자를 실은 구급차 운전사가 “다리를 건너게 해 달라”며 미군에게 애원하는 모습도 발견된다.

병원은 몰려드는 부상자를 치료할 약품이 부족해 악전고투하고 있다. 야채와 생필품은 떨어졌고 학교 수업도 모두 중단됐다.

알자지라 방송의 카메라맨과 기자 4명만이 이곳에 머물며 소식을 바깥세상으로 전하고 있다. 이 방송은 8일 “움직이는 모든 것은 미군의 공격 대상이 되기 때문에 주민들은 집에서 꼼짝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팔루자 주민들은 “도대체 이라크과도통치위원회(IGC)는 어디에 있으며 왜 그들은 이라크인을 보호하지 않는지 묻고 싶다”고 부르짖고 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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