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크타다 알사드르의 민병대 ‘메흐디’가 장악한 사드르시의 이라크 경찰은 8일 미국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민병대와 싸우는 것은 미군이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미국이 훈련시킨 이라크 경찰은 막상 유혈사태가 벌어지자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사드르시의 경찰서 7곳은 민병대에 무기고를 털렸다. 이라크 경찰들은 아예 사복으로 갈아입고 근무지를 이탈했다.
이라크 수니파와 강경 시아파가 제2의 전쟁 수준으로 공세를 강화하는데도 이라크 군과 경찰은 ‘남의 일’ 대하듯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고 CSM은 전했다.
그동안 미국은 이라크인 경찰 7만명과 군인 2만명을 훈련시켜 각지에 배치했다. 2월 바그다드 주둔 마틴 뎀프시 미군 사령관은 “이라크 군경이 바그다드의 치안업무를 넘겨받을 준비를 마쳤다”고 호언장담 했다. “미군은 (경찰을 믿고) 시 외곽으로 주둔지를 옮기겠다”는 말도 했다.
이번 사태를 통해 이라크 군경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가장 큰 이유는 동족끼리의 싸움을 꺼리는데다 자신들의 생존을 생각하기 때문. 하비비야 경찰서에서 일하는 아부 카셈은 “우리는 이곳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에 메흐디에 맞서 싸울 순 없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반미 감정도 이라크 군경의 활동을 제약한다. 사드르시의 한 채소상은 “미군이 무고한 주민을 사살해 반발을 불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런던의 아시아태평양재단 M J 고헐 이사장은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은 민병대와 정보기관 외에 40만명의 군대로 이라크를 통치했다”며 “현재의 연합군 규모로는 절대로 치안을 유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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