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장은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도로안전(Road Safety)’을 주제로 열린 ‘세계 보건의 날’ 기념식 참석에 앞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한국의 교통사고 사망률은 일본의 3배, 유럽의 4배가량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WHO가 이날 배포한 ‘도로교통 피해방지 세계 보고서’에 따르면 2001년 한국의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2.7명으로 아프리카 지역 수준(19.1∼28.3명)에 속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교통사고로 인한 전 세계 경제손실은 연간 5180억달러(약 606조원). 남성의 교통사고 사망률이 여성보다 훨씬 높아 2001년 한국 남성 10만명당 사망자 수는 34.1명으로 여성(12.7명)의 3배에 육박했다.
이 총장은 “WHO가 교통안전을 책임지는 정부기관을 지정하라고 권고하는 만큼 한국도 교통안전 담당기관을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WHO와 교통안전은 거리가 먼 것 아닌가.
“교통사고는 전 세계에서 연간 사망자 110만명을 만드는 10위권 내의 사망 원인이자 2000만명 이상의 부상자를 내는 질병이다. 특히 교통사고는 암 같은 질병과 달리 국가와 개인이 합심하면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분야라 보건의 날 주제로 삼았다.”
―한국 교통안전 수준은….
“한국은 새 차도 많고, 도로 정비도 잘 된 편이나 교통안전 선진국이 아니다. 음주운전 문제가 나아지긴 했지만 술을 한 모금이라도 하면 운전을 하지 않는다는 의식은 아직 부족하다. 무엇보다 운전자들의 참을성 없는 문화가 문제다. 고속도로의 속도제한은 안 지키는 게 약은 것 같지만 우직하게 지켜주는 것이 모두에게 이롭다.”
이 총장은 이어 “프랑스는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재집권한 2002년부터 교통사고 방지를 국책사업으로 벌여 2년 사이에 사망자 수를 20%나 줄였다”며 “우리가 최빈국에서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듯이 맘만 먹으면 교통안전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단시간 내에 탈바꿈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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