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이볜(陳水扁) 총통 총격사건에 얽힌 의문점에 대해 대만계 미국 감식전문가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 가운데 민진당 정권의 외교안보 및 치안 책임자 모두 사의를 표명했다. 한편 미국은 대만관계법 제정 25주년을 맞아 이 법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밝혀 중국을 재차 자극했다.
▽시위 군중과 경찰의 첫 유혈 충돌=야당 지지자 20만여명은 10일 타이베이(臺北) 총통부 앞 광장에서 천 총통 총격사건을 독립적으로 조사하는 문제에 대해 국민투표를 실시할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 참가자들은 "정부의 총격사건 조사를 믿을 수 없다"면서 독립적인 기관에 의한 공정한 조사를 주장했다.
일부 시위대는 경찰이 쳐놓은 바리케이드를 넘어 총통부 진입을 시도했으며 경찰은 이들을 해산하기 위해 물대포를 쏘기도 했다. 마잉주(馬英九) 타이베이 시장은 집회 허용시간인 밤 10시 이후에도 수천명의 군중들이 광장을 떠나지 않자 8000명의 경찰을 동원해 강제 해산에 들어갔으며 시위대는 돌과 화염병 등을 던지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군중 40여명과 경찰 50여명 등 약 100명이 부상을 입었다.
▽총격사건 감식 중간결론과 각료들의 줄 사임=대만계 미국인 감식 전문가 리창위(李昌鈺) 박사는 11일 "납 총알에서 검출된 혈흔이 천 총통의 DNA와 동일한 만큼 천 총통의 상처는 총상이 확실하다"고 3일간의 중간 감식 결론을 밝혔다.
그러나 그는 총격사건의 자작극 여부에 대해서는 "과학적인 감식만 맡았을 뿐 사건 경위와 범행 동기 등에 대한 조사는 내 소관이 아니다"고 말했다.
리 박사는 또 "천 총통이 입은 재킷에서 납 성분은 나왔으나 잔류 화약 성분은 검출하지 못했다"면서 "병원과 형사국이 제공한 자료와 증거물을 갖고 미국으로 돌아가 정밀 검사를 한 뒤 다시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총통선거 이후 탕야오밍(湯曜明) 국방부장, 차이자오밍(蔡朝明) 국가안전국장, 위정셴(余政憲) 내정부장에 이어 9일 젠여우신(簡又新) 외교부장과 청젠런(程建人) 주미 대표가 사의를 표명했다. 젠 부장의 후임에는 천탕산(陳唐山) 타이난(臺南)현장이 임명됐다.
▽미국, "대만관계법 이행"=애덤 어렐리 미 국무부 대변인은 9일 미국과 대만과의 기본 관계를 규정한 대만관계법 제정 25주년을 맞아 발표한 논평에서 "대만 국민들은 미국의 동아시아와 대만해협 지역에서 취하고 있는 안정적이고 건설적인 정책을 의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만관계법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대만 안보에 강력한 기반을 제공했다"면서 "미국은 대만관계법에 규정된 의무를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중국과 수교한 직후인 1979년 4월 국내법으로 제정한 대만관계법은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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