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최근 한 무장세력에 억류됐다 풀려난 영국 더 타임스의 스티븐 파렐 기자가 전하는 것처럼 동시다발적 납치극 중에는 단순한 반미의식이나 약탈 목적의 외국인 납치도 없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고도의 정치전술=일본인 비정부기구(NGO) 활동가 3명을 납치했던 ‘사라야 알 무자헤딘 여단’이 11일 전격 석방을 결정했다고 발표한 배경에는 미국과 동맹국의 ‘균열’을 겨냥한 정치적 판단이 깔려있다.
물론 무자헤딘 여단과 일본 정부의 협상을 중재한 한 이라크 단체가 이를 번복하는 성명을 내기는 했지만, 무자헤딘 여단은 석방 결정 사실을 알리면서 일본 국민들을 향해 “이라크에서 철수하도록 정부에 압력을 가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최대 동맹국 중 하나인 일본의 국론분열은 물론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권과 조지 W 부시 정권의 이간을 노린 것이다.
6일과 8일 각각 나시리야와 라마디 인근에서 납치됐다가 풀려난 한국인들에 대해서도 납치범들은 ‘호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이들이 즉각 석방된 데는 나시리야에 주둔한 서희 제마부대가 의료 활동을 펼친 것이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연합군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민간인들을 해칠 경우 정치적으로 이익을 얻을 것이 없다는 저항 단체의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확산되는 납치극=납치극은 이라크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납치의 진위를 파악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9일 이탈리아인 4명과 미국인 2명이 바그다드 외곽에서 납치됐으며, 이 밖에도 영국인 1명과 캐나다인 1명,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아랍인 1명이 실종 또는 납치된 상태라고 보도했다.
이튿날인 10일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다른 무장 세력은 알 자지라 TV를 통해 “미국인 인질 1명을 억류하고 있으며 미군이 12시간 내에 팔루자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지 않으면 인질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 이들은 토머스 해밀이라는 피랍 미국인의 화면을 내보냈다.
또 이날 두바이의 위성방송 알 아라비야 TV는 ‘순교자 셰이흐 아메드 야신 여단’의 대변인을 자칭하는 이라크인의 주장을 담은 비디오테이프를 방송했다. 이 단체는 테이프에서 한국인을 포함해 외국인 30명을 인질로 잡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인질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한편 바그다드 주재 독일대사관을 지키기 위해 독일에서 파견됐다가 실종된 보안요원 2명은 납치된 게 아니라 이라크 저항세력의 총격을 받고 살해된 것으로 전해졌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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