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들이 생사의 고비를 넘긴 것을 확인한 가족들은 안도의 눈물을 흘리면서도 “얼굴을 보기 전에는 안심할 수 없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었다.
▽전격 석방 소식=당초 인질들은 빠르면 11일 낮 12시경 석방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날 오후 늦게까지도 풀려났다는 소식이 없자 관계자들은 ‘혹시나’ 하며 불안에 휩싸이기도 했다.
납치범들은 이날 오전 3시경 알 자지라 방송을 통해 ‘이슬람교 성직자단체의 요청에 부응해 일본인 인질을 24시간 이내에 석방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 TBS방송과 지지통신이 알 자지라 위성방송을 인용, 인질들이 바그다드 서쪽 팔루자 부근에서 석방됐다고 보도했으나 알 자지라와 아이사와 이치로(逢澤一郞) 일본 외무성 부외상이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부인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일본 내 반응=이번 인질극에 대한 일본 내 평가와 반응은 이라크 전쟁과 자위대 파병에 대한 찬반 견해에 따라 크게 달랐다.
당초 무장단체의 자위대 철수 요구를 거부했던 일본 정부는 ‘테러범과 협상은 없다’는 정부의 냉정한 대처가 인질의 조기 석방을 가져왔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라크 내 종교단체 등에 팩스와 인터넷 e메일을 통해 ‘인질들은 반전론자며 이번에도 이라크를 도우려 입국한 사람’이란 점을 강조하며 석방을 호소했던 시민단체들은 ‘즉각 철수’의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인질들의 가족들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에게 분통을 터뜨리며 철수를 요구하는 시민단체의 의견에 동조했다
9, 10일 실시된 교도통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80% 이상이 ‘인질이 다칠 경우 총리 책임’이라고 답했으며 36%는 ‘희생자 발생시 총리 사임’에 동의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위대원 사상자도 언제든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이 확실해지면서 철수론에 동조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인질 석방에도 불구하고 자위대 파견에 대한 비판론은 거세질 것으로 보여 집권 자민당은 7월 실시될 참의원 선거에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많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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